독서모임을 나가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인생책이 무엇이냐?'이다. 부담스러운 질문이다. 정확히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장르마다 다르고, 나이대마다 다르고, 기분에 따라서도 다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오늘의 인생책이 내일 서가에서 제외될 책이 될 수도 있다. 갈대 같은 사람의 마음을 그 누가 알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인생책이 있다. 나의 인생을 가장 크게 바꾼 책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책이 있다. 바로 내가 쓴 책이다. 독립출간했던 인생 첫 작품 <비행독서> 그리고 출판사와 처음으로 출간했던 <마케팅 뷰자데>가 나의 인생책이다.
책을 쓰면서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그리고 나를 보는 나의 시선도 바뀌었다. 더불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었다. 소비자의 세상에서 생산자의 세상으로 이사를 온 듯한 기분이다. 더 이상 관중석에서 플레이어들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만족하지 않는다. 운동장으로 난입해서 같이 플레이한다. 더 큰 보람을 느끼는 나날이다.
이러한 기쁨을, 새로운 세상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글을 써보라고, 책을 출간해 보라고 틈만 나면 말하고 또 말했다. 감사하게도 주위에 하나둘 책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소감도 비슷했다. 본인이 쓴 책이 인생책이라고 말이다. 역시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특히나 본인이 하는 일에 관한 책을 쓰는 것은 커리어에도 엄청난 영향을 준다. 너무나도 많은 장점이 있지만 두 가지로 좁히면 '능력 향상'과 '인식 향상'이다.
아는 것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글로 써보려고 하면 잘 안 써진다.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쓰다 보면 무지의 구멍이 여기저기 보인다. 이 구멍을 메꾸는 작업이 책을 쓰는 과정이다. 나도 몰랐던 무지의 영역을 발견하고 그것을 채워나가는 것이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업에 대한 이해도가 압도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능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개나 소나 책을 쓰는 시대라는 말은 있지만 여전히 '작가'라는 타이틀은 반짝이는 후광을 만들어낸다. 속된 말로 있어 보인다. 왠지 많은 것을 아는 것 같다. 책은 그 어떤 명함보다 값진 명함이다. 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향상시키는 마법의 명함이다. 그 어떤 명함과는 다르게 유효기간도 없다. 내가 죽어서도 유효하다. 또한 대놓고 잘난 척을 해도 욕먹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아는지 몇 시간 분량으로 적어도 독자들은 불평하지 않는다. 집중해서 볼 뿐이다. 작가라는 타이틀 그리고 책의 내용이 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향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