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은 ‘미래’를 궁금해한다. 아니,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모두가 궁금해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음 주에 발표될 로또 번호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위기를 겪게 될지 미리 알 수 있다면?’처럼 미래를 안다는 건 ‘부’와 ‘행복’을 포함한 다양한 가치를 얻거나 유지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초능력을 얻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초능력에 대한 열망은 생존이 위협받는 시기에 더욱 강해진다. 단순히 더 잘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다. 코로나 시기 ‘점집’ 관련 검색량이 폭증했고, 실제로 무속인 수가 빠르게 늘었다는 통계가 이를 보여준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예측과 위로의 언어를 찾는다.
서점가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에는 10월 무렵부터 다음 해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들이 쏟아졌다면, 올해는 9월부터 이미 다종다양한 트렌드서가 속속 등장했다. 그만큼 ‘내일’을 읽고자 하는 욕망이 빨라지고 있다.
수많은 트렌드 책 중 어떤 책을 모임에서 다루면 좋을까 고민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은 호불호가 있지만 영향력 면에서 여전히 1등이다. 송길영의 <시대예보: 경량문명>은 최근 급부상 중인 트렌드서로, 사회의 원자화 현상을 3년 연속 추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결국 나는 김용섭의 <라이프 트렌드 2026>을 선택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6>과 같은 모두가 읽는 책이나, <시대예보: 경량문명>과 같이 다양한 매체에서 저자가 설명하는 내용을 접할 수 있는 책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과 여러 해 동안 트렌드 분석의 일관성을 보여온 저자의 책이기에 안정적인 선택이라 판단했다.
이 책은 여러 흐름 중 두 가지 키워드를 표지에 내세운다. ‘경험사치’와 ‘인간증명’이다.
‘경험사치’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다양한 트렌드 서적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개념이다. ‘소유의 사치’가 아닌 ‘경험의 사치’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는 1년 이내로 빠르게 사라지는 패드(fad)나 단기 트렌드가 아닌, 10년 이상 지속되는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여행이 대표적이다. 뉴스에서는 경기침체를 말하지만, 인천공항 출국장은 여전히 인산인해다. 사람들은 자동차나 명품 대신 경험의 질을 높이는 데 돈을 쓰고 있다. 책에서도 신세계백화점이 론칭한 여행 플랫폼 ‘비아신세계(VIA SHINSEGAE)’를 사례로 든다. 최근에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동행하는 이탈리아 여행 상품이 1인당 3,500만 원이라는 점이 화제가 되었는데, 럭셔리 여행의 확장성이 어디까지 가능할지 궁금해진다.
다른 하나인 ‘인간증명’은 AI 시대의 새로운 화두다. 한국처럼 주민등록번호로 신원이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사회에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AI가 인간을 모방하고 속이는 수준에 이르면서, ‘신원증명(identity verification)’이 아닌 ‘인간증명(human verification)’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얼굴, 음성, 필체, 심지어 감정조차 모방할 수 있는 시대에, ‘내가 인간임’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책에서는 생체인식(Biometric Authentication), 행동 기반 인증(Behavioral Authentication), 디지털 신분증, 토큰 기반 인증, 영지식증명(Zero-Knowledge Proof) 등 다양한 기술을 소개한다. 실제로 구글/오픈AI/월드코인(Worldcoin) 등에서도 인간 인증 기술을 연구 중이며, 이는 곧 ‘AI가 만든 세상에서 인간의 자격을 입증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다. ‘내가 쓴 글이 인간이 쓴 글임을’, ‘내가 말한 목소리가 인간의 목소리임을’, ‘내가 나임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AI가 텍스트와 이미지를 복제하는 시대에, 인간의 고유함을 증명하는 방법은 역시 인문학적 통찰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22세기를 상상하는 지금, 우리는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내일의 문제점을 다시 바라보고 해결해야 한다.
내일은 어떤 오늘이 펼쳐질까.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우리가 인간임을 증명하는 또 다른 방식일지도 모른다.
퇴사가 고민이라면, 이 책부터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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