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뚫을 수 있다는 창과,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방패를 동시에 팔던 상인처럼, 양립할 수 없는 두 명제가 공존하는 상태를 우리는 모순이라 부른다. 작가는 왜 이 소설에 ‘모순’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소설의 구조는 단순하다. 상반된 매력의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 그런데 이 주인공은 그 선택의 결과를 이미 엄마와 이모의 삶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선택지와 해설서를 동시에 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결정이 쉬운 건 아니다. 인생이란 해설서처럼 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양립할 수 없는 두 남자, 두 선택 사이에서 흔들리는, 두 세상 사이에서 흔들리는 주인공의 내면을 작가는 ‘모순’이라 부른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다. 그래서 수많은 감상들이 이미 존재하기에, 나는 조금 비껴간 해석을 해보고 싶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 앞에 놓이게 된다. ‘대학에 갈 것이냐, 가지 않을 것이냐’, ‘결혼을 할 것이냐, 하지 않을 것이냐’, ‘퇴사를 할 것이냐, 버틸 것이냐’. 언뜻 보면 선택은 둘 중 하나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런 이분법적 고민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일 수도 있다. 하나의 절대적 루트, 정해진 커리어 패스를 만들어 놓고 ‘따를 것이냐, 말 것이냐’로 사고를 단순화시키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로 본다면, 우리는 배중률을 따르는 셈이다. ‘어떤 명제는 참이거나 거짓 중 하나’라는 이 원리에 갇혀, 중간값을 상상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래서 늘 선택의 현기증을 느낀다. 자유롭게 결정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사회가 미리 정해둔 선택지 안에서만 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 경계를 지워야 한다. 0과 1로 나뉜 디지털식 사고에서 벗어나, 그 사이의 스펙트럼을 보는 아날로그식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흑과 백 사이의 회색을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창과 방패 사이에서 느끼는 모순의 현기증을 견딜 수 있다.
퇴사가 고민이라면, 이 책부터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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