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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Sep 26. 2022

사수가 없는 마케터만 보세요


최근에 직장인 및 자영업자 대상으로 마케팅 강의를 했다.


1부에서는 우리 회사에서 만든 자료를 기반으로 강의를 했고 2부에서는 질의응답(Q&A) 시간을 가졌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다양한 질문이 나왔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다음이었다.



회사에 사수가 없는데 마케팅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한때 비슷한 고민을 했기에 긴 시간을 할애하여 답을 했다.


나는 사회생활(군 장교생활을 제외하면)을 대기업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긴 기간 동안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업무 배치 후에도 사수와 멘토가 있어서 궁금한 것이 생기면 언제든 물어볼 대상이 있었다. 심지어 모르는 것이 있어도 그것을 최대한 쉽게 설명해주고 도와주는 파트너사도 있었기에 큰 어려움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대기업에서의 안락한 생활은 퇴사 후 사업을 하면서 180도 바뀌었다. 물어볼 사수도 나를 도와줄 파트너사도 없는, 그야말로 혼자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마케팅은 모르는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착각이었다. 대기업에서는 업무가 매우 세분화되어있다 보니 대기업에서 담당했던 업무는 마케팅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상당수의 일은 파트너사와 같이 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하는 법도 몰랐다. 


사업을 하면서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마케팅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A부터 Z까지 모두 다. 그래서 대기업 출신이지만 사수가 없는 마케터의 고충을 잘 게 되었고, 또한 그것을 극복할 방법도 나름대로 찾게 되었다.



1.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사수가 없는 마케터는 일단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다.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마케팅을 하라고는 하는데 무엇을 해야 매출이 늘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정보는 넘쳐나는데 나에게 딱 맞는 방법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힘들다.


그래서 사수가 없는 마케터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머릿속에 마케팅의 틀을 그리는 것이다. 즉 스스로 마케팅을 기획할 수 있는 탄탄한 기획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것은 지름길이 없다. 책을 읽고 실무에 적용해보면서 부단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평소에 책을 즐겨 읽고 공부에 열의가 큰 사람에게는 필립 코틀러의 <Kotler의 마케팅 원론>을 추천하는 편이다. 내용은 어렵지 않지만 분량이 상당하기에 모두에게 추천하기는 어려운 책이다. 다만 이 책을 여러 번 읽고 내 것으로 만든다면 마케팅 기획과 관련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기본기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https://url.kr/d6y4mk


긴 분량의 책을 읽는 게 부담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가볍지만 기본기를 다지기에 좋은 책 두 권을 추천한다. <나의 첫 마케팅 수업>은 우리 회사에서도 마케팅강의 자료를 만들 때 참고를 한 책으로 필립 코틀러가 말하는 바를 간단명료하게 풀어낸 책이다. 다른 책으로 <1페이지 마케팅 플랜>을 추천하고 싶은데, 이 책은 조금 더 실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이 있다. 그래서인지 마케팅 경력자도 즐겨 읽는 책이다.


https://url.kr/npy78q

https://url.kr/n24xeb



2. 분해하고 분석하자


마케팅을 기획했다면 이제 광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광고비가 얼마가 되었건간에 어렵게 번 돈을 무턱대고 쓰면 안된다. 최소한의 준비를 마친 후 광고를 집행해야 한다. 이때 사수가 없는 마케터에게 추천하는 것은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이다. 쉽게 말해 완성품을 분해해서 분석해보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의 기술력을 빠르게 흡수하기 위해서 많이 쓰는 방법으로, 우리나라가 다양한 산업군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리버스 엔지니어링 덕분이었다.


마케터도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할 수 있다. 기억에 남거나 눈에 띄는 광고가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분해고 분석해보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광고가 없다면 아래 이미지처럼 비싼 광고 상품(예: 네이버 타임보드, 스페셜 DA 등)을 분석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참존 네이버 타임보드 광고. 사진 출처: 네이버


위 광고는 네이버 PC 메인화면에 뜨는 '타임보드'라는 광고 상품이다. 네이버 타임보드는 1시간 동안 하나의 브랜드만 고정적으로 노출하는 광고로 비싼 시간대는 수천만 원이나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렇게 비싼 광고를 할 때 회사에서는 더 많은 고민을 해서 최적의 광고 소재를 만드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이러한 광고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위한 매우 값진 자료다


그러면 위 광고를 간단하게 분해 및 분석해보자. 전체적으로 시기에 맞춰 가을이 연상되는 색상을 활용했고 '비건'과 '7'같이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만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눈이 가장 먼저 가는 좌측에는 상품 이미지를 그리고 우측에는 인물 사진을 배치했다. 텍스트보다 숫자를 크게 적어 혜택을 강조하는 방식을 택했다. 마스크는 저관여 상품(구매 전 정보탐색 과정이 짧은 상품)이기 때문에 브랜드 로고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서 가장 작게 적었고, '지금 알아보기'가 아닌 조금 더 공격적인 '지금 구매하기'라는 CTA(Call to Action) 문구를 배치하여 즉각적인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위의 예시는 광고 소재를 보고 즉각적으로 생각나는 점만 적어본 것이다. 더 긴 시간을 들여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해본다면 내가 말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 훔칠 수 있을 때까지 베끼자


입체주의의 창시자로 꼽히는 파블로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창작이라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creatio ex nihilo)이라기보다 기존에 존재했던 것들의 패턴을 익히고 그것에 나만의 해석을 붙여 신선하게(fresh) 만드는 것에 가깝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사수가 없는 마케터는 이를 위해 일단 최대한 베껴봐야 한다. 물론 그대로 베껴서 광고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표절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마케팅 윤리에도 어긋난다. 내가 말하는 바는 베끼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먼저 글쓰기다. 마케팅 예산이 부족한 마케터가 쉽게 해 볼 수 있는 것이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했을 때 나의 상품/서비스를 최상단에 뜨게 만드는 것이다. 잘만하면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수많은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마케팅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나의 상품/서비스와 관련된 단어를 검색했을때 최상단에 뜨는 블로그의 글을 그대로 베껴서 적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러한 베끼기가 익숙해지면 내용을 조금씩 나의 상품/서비스에 맞게 바꿔보고 최종적으로는 나만의 글쓰기 패턴을 완성하면 된다.


두 번째로 사진이다.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사진만 잘 찍으면 인스타그램과 같은 이미지 중심 매체에서 나의 상품/서비스를 많은 잠재고객에게 공짜로 알릴 수 있다. 사진도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첫 화면에 노출되는 사진을 똑같이 따라 찍는 연습을 해봐야 한다(해시태그도 참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성수에 있는 디올 매장에 갔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내 기준에서 가장 이쁜 사진을 찍는다는 마음은 버리고, 인스타그램 첫 화면에 노출이 되는 사진들은 어떻게 찍었는지를 꼭 확인해보고 그와 동일하게 찍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인스타그램은 최근에 사진보다는 동영상을 더 많이 노출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이렇게 어디를 가서 사진을 찍든 인스타그램에서 동일한 장소 혹은 상품을 검색해보고 첫 화면에 노출되는 사진과 똑같이 찍으려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인스타그램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을 큰 노력 없이도 찍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영상은 글쓰기나 사진에 비해 조금 더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기에 이번 글에서는 생략을 하겠다. 다만 부단히 베끼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큰 방향성은 동일하다.



강의에서 사수가 없는 마케터분에게 위와 같이 답을 하고 한 가지 말을 덧붙였다. 대기업에서 모든 부분을 체계적으로 배운 마케터가 갖기 힘든 능력을 중소기업에서 사수 없이 고군분투하는 마케터는 얻을 수 있다고 말이다.


앞에 나 있는 길을 안전하게 걸어가는 사람과 나의 발걸음 뒤에 비로소 길이 생기는 사람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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