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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Apr 14. 2016

사업성 있는 아이디어 만들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어 보기로 한 후 우리는 매주 모여서 각자 한주 동안 생각해온 아이디어를 말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때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세상에 없는 것인가 그리고 사업성을 지닌 것인가였다. 우리가 낸 아이디어들 중에는 세상에 없는 것들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사업성이 있는가'란 질문에 번번이 무너졌었다.


  생각보다 우리의 아이디어 회의는 굉장히 길어졌었다. 길게 이어지는 아이디어 회의는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고 이는 우리에게 지루함을 안겨줬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가 느꼈던 것은 내가 점차적으로 해이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전에 아이디어가 결정되고 한창 개발을 진행할 때의 나는 매일매일 열심히 개발했고 항상 그 아이디어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자는 식으로 방향을 돌린 후, 처음의 나는 열정적으로 참가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저 참가'만'하는 형태가 되어갔다.


  우리의 회의에선 언제나 명확한 답이 내려지지 않았고 다음 주 그다음 주에 결정을 내리자는 식으로 결론이 내어졌었다. 결정이 없는 결론만 있었던 셈이다. 이때 이런 문제가 생겼던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첫 번째, 명확하게 회의를 주관하고 결론을 내리는 사람이 부재했다. 물론 우리 사이엔 암묵적인 리더가 존재했다. 나에게 처음 이 모임을 제안했던 친구였다. 그 친구는 현업에서의 경험도 많았고 리더십도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할만한 친구였다. 하지만 '친구'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었던 것 같다. 우린 모두 서로 사적으로 친한 사이였고 그 때문에 어떤 누군가가 결정, 결론을 내리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다. 차라리 모두 처음 알게 된 사이이고 누구 하나가 명확하고 명시적인 리더의 역할을 했었다면 회의가 더 짧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진 않았을까 생각한다.


  두 번째, 핵심적인 아이디어와 방향성이 없었다. 핵심적인 아이디어가 없었기 때문에 각자의 생각은 이리저리 방향성을 잃고 튀었었다. 모임을 주재하는 인원이 없는 우리에게 그런 생각들을 정리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어떤 것이 결정될 것 같다 싶으면 다음 주에 어김없이 '그 결정은 지금 생각해보니 아니었던 것 같다'란 식으로 매번 뒤집어졌고 회의는 더더욱 길어졌다. 모두가 어떤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이게 좋을 것 같다' 혹은 '생각해보니 그건 아니었어'란 식으로 생각을 해오니 매번 결정은 없고 있었던 결정도 뒤집히는 경우가 많았다. 핵심적인 아이디어, 아주 작은 것이라도 만들어둔 뒤에 살만 붙이는 식으로 진행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한다.


  세 번째, 사업성을 지닌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에 미숙했다. 우린 모두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그만큼 작은 어떤 것을 처음부터 만들어 상품화시켜본 경험은 없었다. 우린 굉장히 큰 물건의 작은 부분을 만드는 것에, 위의 지시대로 따르는 것에 더 익숙한 상태였다. 물론 우리 모두 학생 때부터 여러 프로젝트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상태였다(다른 비슷한 연차의 사람들보다 더 많이 만들어 본 경험이 있음을 자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업성'을 지닌 상품을 '상품화' 시킨 경험은 없었다. 우리가 어떤 아이디어를 냈을 때 이것이 진짜 팔릴만한 것인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써줄 만한 것인지 판단을 내리기엔 그와 관련된 경험들이 너무나 부족했다. 때문에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확신이 없어서 다음 회의에서 결정을 다시 뒤집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이때 이후로 나는 모두의 생각을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모두의 힘이 어느 한 곳에 집중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가 어떤 아이디어가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그것만 파자란 식으로 접근했다면 그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키기 위한 회의만이 있었을 것이다. 회의는 더 짧아지고 이전의 결정이 번복되어 다시 새롭게 구상해야 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생각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행하는 것이다. 생각만이 존재한다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0이다. 하지만 안 좋은 아이디어라도 실행이 된다면 실패할지라도 실패의 경험에서 우린 얻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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