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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Apr 20. 2016

대기업에서의 개발자는 미래가 안정적일까?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을 결심하다(1)

이 글은 다음편으로 한편 더 맥락을 이어갈 생각이다.




  그 날도 여느 때와 같이 회사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나에게 온 메일을 보고 메일에 대한 적당한 답을 주는 일을 하는 중이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동호회 활동처럼 개발을 하지만 온 힘을 다하지 않던 그때, 나는 웬일인지 스타트업에 대해서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였다. 관련된 많은 글들을 읽었었고 많은 생각도 해봤었다. 하지만 관심은 있을지언정 언제나 나와는 먼 일과 같이 느껴졌었다. 어렸을 적부터 '사업은 위험한 거야', '난 안정적인 게 좋아'라는 생각을 해오던 나에겐 더욱더 그랬다.


  생각의 물꼬를 튼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스타트업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안정성'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미래에 대한 '안정성'이다. 앞선 글들에서 말했지만 난 대기업에서 일하는 개발자이다. 명칭은 분명 개발자이지만 실제 개발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은 '남이 만들어 둔 소스'에 대한 분석 및 디버깅이었고 나머진 외부 개발팀과의 협업에서 방향 제시 및 의사결정과 외부 부서와의 협업 정도라고 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일들을 하는 나의 미래는 '안정'적일까? 적어도 10년에서 15년 사이 정도의 기간 동안은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다. 내 주변을 봐도 그 정도의 나이까진 대부분 무난히 근무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저 안정적일 뿐인가? 대기업이 주는 큰 연봉과 주변의 시선까지도 내 것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기간이 지난 뒤의 나는 어떻게 될까? 내가 하던 업무는 전문성이 없어 보였고 회사에서 나오게 되었을 때, 내가 하던 업무로 나를 써줄 곳은 많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업무는 내가 있던 그곳에서만 통하는 업무였고 이대로 계속해서 전문성을 잃어가면 나는 결국 회사에 종속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나오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결국 회사에서 버티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게 될 것 같았다. 사실 이미 윗사람들에게 회사에서 나오게 되었을 때를 물어보고 다니기도 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나오면 어디 작은 기업에서 직급을 올려주고 데려간다라고 말을 많이 한다. 사실은 다르다. 작은 기업이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사람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일까? 내가 있던 곳은 개발팀이었다. 대기업 개발팀에서 하는 일은 개발보다 상품화에 가깝다(개발일이 어느 정도 있지만 개발관리일이 많다). 그런 일을 하던 사람에게서 작은 기업은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개발을 시키자니 이미 개발에 손 놓은 지 오래됐다. 관리를 시키자니 관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차고 넘친다. 대기업의 시스템 전수? 차라리 컨설팅받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영업을 선택하거나 개발과는 아예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개발을 못하는 개발자를 어느 누가 써줄까?


https://brunch.co.kr/@startupbongbong/8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개발자라고 생각해왔다. 개발자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연마하여 요구사항에 맞춰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내가 만약 계속해서 나의 기술력을 쌓고 더 더 좋은 실력을 갖게 되면 설령 회사에서 나오더라도 어떻게든 먹고 살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든 아니면 다른 곳에 이직을 하든 말이다. 회사에서 전문성을 잃어 15년 뒤에는 어떻게든 '버텨'나가는 형태는 안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회사에서 언제 나오든 자신 있어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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