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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Apr 02. 2016

대기업에서의 개발

  나는 중학생 때부터 꿈이 프로그래머였고 개발자였다. 때문에 컴퓨터 공학이라는 전공을 선택할 때 망설임이 없었고 입사하고자 하는 회사를 선택할 때에도 개발자로서 일할 수 있는 곳만을 생각했다. 처음 입사가 결정되고 앞으로의 일생을 생각할 때 나는 무난히 내가 원하는 길을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개발을 하고 새로운 기술들을 배우고 남는 시간엔 다른 취미들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하며 즐거워했다. 게다가 대기업이 주는 네임밸류로 인해 한껏 추켜올려진 나의 어깨는 덤이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개발자란 문제 해결을 위해 알고리즘을 생각하고 구현을 하며 잘못된 부분은 찾아서 고쳐나가야 했다. 물론 더 좋은 제품과 문제 해결방법을 위해 최신 기술에 대해 민감하고 계속해서 공부해야 할 필요도 있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회사를 입사하고부터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코딩을 하는 것보다는 메일을 열심히 쓰고 있었고 코드를 본다고 해도 조금씩의 디버깅 혹은 튜닝 정도를 위한 것이었다. 한 번은 그런 일도 있었다. 신입사원으로서 어떤 일을 지시받고 소스코드를 직접 보고 해결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 분석하고 직접 해결한 일이 있었다. 내가 경악했던 것은 과장(or 책임)급의 개발자가 그것을 보고 "오 코딩도 할 줄 알아?"라고 말한 것이었다. 아니 개발자가 코딩을 당연히 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을 신기하게 여긴다는 점이 이곳이 정말 '개발팀'인가 하고 의문을 들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 근무한지 2년 정도가 되었을 때 난 어느 정도 깨닫게 되었다. 이곳엔 내가 생각하던 개발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몇 명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제품들은 외주 혹은 외부의 도움으로 만들어졌고 HQ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은 실제 개발일 보다는 상품화에 주력하는 곳이었다. HQ는 프로젝트의 큰 방향을 정해주고, 디버깅 그리고 외부 개발업체와의 협업 시 중재하는 역할 등 실제 개발과는 거리가 좀 떨어진 일들이 주였다(물론 디버깅만큼은 실제 개발일에 가장 가까웠던 일이다). 물론 모든 개발팀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개발 실력이 좋은 개발자들이 모여서 앞서 말했던 '개발'을 하는 팀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개발팀은 '상품화'에 주력하는 팀들이었다.


  이런 '상품화'에 주력하는 팀들에도 내가 생각했던 개발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더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코드를 어느 정도 보고 용어 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실제 코딩을 통해 구현하라고 하면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런 분들이 무능력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유능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상품화에 필요한 능력은 엄청난 개발실력 보다는 '회사원'으로서의 업무 실력이 더 필요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길은 '회사원'이 아니었다. 이런 회사의 모습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난 미래에 회사원이 되어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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