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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혜 Jan 05. 2023

제주 워킹홀리데이라고 부른다면서요?

여권 없이 떠나는 워킹홀리데이 in 제주

; 게스트하우스 스텝살이 시작

이호테우 해수욕장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3층짜리 신축 건물이 내 5월의 새로운 거처가 되었다. 건물의 주인이신 사장님, 사모님의 제외하고 게스트하우스 스텝을 관리하는 매니저님과 나와 같은 처지로 이곳에 머물고 있는 또 다른 스텝 1명. 그렇게 우리 3명은 한 팀이 되어 한 달간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여행을 다니며 게스트하우스에서 손님으로 묵어본 적은 있어도, 스텝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청소하는 건 처음이라 며칠간은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다. 차근차근 알려주신 덕분에 금세 일을 배웠고, 어느새 "제주에 언제 오셨어요? 오늘은 어디 다녀오셨어요?" 스몰톡을 건네며 자연스레 게스트를 맞이하게 되었다.


"저도 한 달 전에 제주도에 여행하러 왔다가, 더 지내고 싶어서 지금은 스텝으로 일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나의 말에 2박 3일, 3박 4일 짧은 일정으로 내려온 여행자들의 눈빛에 부러움이 서렸다. 나이도 직업도 각양각색의 여행자들에게 나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직장인인 누군가는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제주도에서 지낼 수 있음을 부러워했고,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은 나의 젊은 청춘과 값진 경험을 부러워하셨다.





앤트러사이트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564


폐업한 전분 공장을 리모델링한 카페. 20년 동안 가동을 멈춘 공장의 녹슨 철문, 기계 사이에 자란 풀까지 보존된 업사이클링 공간.




; 방청소와 손님맞이? 그 이상의 가치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제주도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지금은 '처음 보는 타인과 함께 지내는 것'보다 '감성적인 숙소에서 우리끼리의 힐링'이 주가 된 것 같다. 내가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일했던 2018년 당시는 게스트하우스 붐이었던 해였다. 저녁에 음식과 술을 함께 나누며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를 알아가는 '낭만'이 있던 때였다.


그래서 게스트하우스 역시 파티 전문 게스트하우스와 非 파티 게스트하우스로 나뉘었다. 사실 나는 mbti I인 사람으로서, 나와 성격이 비슷한 사람과 조용한 담소를 나누는 건 좋지만 거하게 취해 음악에 몸을 흔드는 파티 분위기는 싫어서 파티 전문 게스트하우스는 최대한 피했다.


조식이 제공되는 게스트하우스의 아침 일과는 조식 준비부터 시작된다. 게스트하우스에 따라 샌드위치 같은 간편식이 제공되는 곳도 있고, 밑반찬들을 꺼내어 한식으로 차려주는 곳도 있다. 전날 미리 조식 신청을 받고, 인원수대로 차려 준비했다.


그리고 10시~11시 체크아웃 시간이 되면, 빈 방의 유실물이 있는지 확인하고 청소를 시작한다. 사용한 수건을 걷고 베개 커버와 이불 커버를 벗겨내고 방바닥을 쓸고 닦고. 새로운 커버로 씌워주고 화장실 청소까지 하고 나면 점심시간이 된다.


점심을 챙겨 먹고 난 후, 다음 일과는 오늘의 게스트를 기다리는 일. 언제쯤 도착할지 모르니 공용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기다린다. 하나둘씩 찾아오는 게스트들을 맞이하고 묵을 방과 이용 수칙 등을 안내한다. 그리고 보통 저녁시간에는 공용 공간에서 게스트들과 간단한 안주거리와 함께 가볍게 맥주를 마시며 서로의 여행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는 순간이었지만, 우리는 모두 '여행'이라는 공통된 관심사가 있었고 그 덕에 더욱 빠르게 서로와 어우러졌다. 나는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지내면서 나의 세계가 조금씩 확장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사실 퇴사하고 나서 알게 모르게 마음 한켠에 불안감이 있었다. '친구들은 어느새 승진을 했던데, 지금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는 걸까' 싶어서. 하지만 넓어지는 나의 세계를 자각한 순간, 그 불안감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새로운 다짐만이 남았다.


"몇 달 뒤면 사무치게 그리워질 이 순간을 최대한 만끽하자."





커피파인더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서광로32길 20


제주 시내에 위치한 카페. 시그니처 메뉴인 참깨라떼를 강력 추천한다. 참깨 우유와 에스프레소 샷이 따로 제공되는데, 참깨 우유 먼저 맛보고 취향에 맞게 에스프레소를 넣어 마시면 된다. 커피와 어우러지는 고소한 참깨의 향이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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