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 혼자 맞이한 생일은 제법 쓸쓸했다. 나름대로 챙겨 먹겠다고, 즉석 미역국에 제주 흑돼지까지 구워 조촐한 생일상을 차렸건만.. 카톡으로 찍어 보낸 사진에 '유배지 밥상 같다'는 엄마의 냉철한 평가. 문득 스치는 생각.
"그만 집에 갈까?"
며칠 후,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J가 내 생일 축하 겸 내가 있는 제주로 놀러 왔다. J의 추천으로 제주에서 서핑을 하게 된 우리. 어릴 적 바다에 휩쓸린 이후로 생긴 물 공포증을 이겨낼 만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서핑은. 그리고 서핑을 다녀온 그날 저녁 새롭게 드는 생각.
"제주에 좀 더 있어도 되겠는데?"
그전까지는 하루라도 빨리 육지로 올라갈까 싶어,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앞당겨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딱 그 한 번의 경험으로 마음이 180도 달라져버렸다.
무거버거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조함해안로 356
당근버거, 시금치버거, 마늘버거. 맛도 색도 생소한 버거를 맛볼 수 있는 곳. 감자튀김+밀크셰이크 이색 조합까지.
바구스서핑스쿨 이호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테우해안로 143
이호테우 해수욕장에서 말등대를 바라보며 서핑을 할 수 있는 곳. 파도가 심하지 않아 초심자들이 첫 서핑을 배우기에 적합하다.
; 고민이 될 땐, 마음이 이끄는 대로.
J가 돌아가고 다시 혼자 남아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한 달이 못 미치는 시간 동안 제주에서 지내면서 방값에 차값에 밥값에, 은근히 금전적 타격이 컸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로 싱가포르가 꼽혔는데, 이제 제주도를 '제가포르'라고 불러야겠다 싶을 만큼 제주도의 물가도 만만치 않았다. 쓰고자 하면 한 달에 200만 원도 쓸 수 있는 곳이 제주도였다. 이대로라면 1년 일하며 모은 돈에 퇴직금까지 탈탈 털릴 것 같았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스텝. 당시 제주도에서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면서 숙식을 제공받는 이른바 '게하살이'가 유행이었다. 숙식이 해결된다면 생활비도 상당히 아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곧장 게스트하우스 스텝 모집이 가장 활성화되었다는 네이버 카페에 가입했고, 서핑샵과 가장 가까운 게스트하우스에 문의를 넣었다. 그렇게 카페 가입 5시간 만에, 면접 일정을 잡았다. 그리고 다음날 면접을 보러 갔고, 결과는? 합격.
5월 1일부로 나의 게하살이가 시작되었다.
아날로그 감귤밭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해안마을8길 46
감귤밭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페. 메뉴들도 제주 감귤로 만든 것들이 주를 이룬다. 감귤 시즌에는 감귤 따기 체험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