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문득 깨달았다. 내가 커피 한잔 하자고 건네는 말이 가벼운 의미로 다가가지 않는다는 것을.
L 씨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L 씨는 요즘 일이 많았고 일을 해결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뒤로 밀리는 업무가 생겨나고 있었다. 업무 상태야 알고 있지만, 그로 인해 부담은 없는지, 일을 덜어줄 필요는 없을지.. 내가 도와줄 건 없을지.. 커피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필기구가 필요한 대화는 아니다. 나는 그냥 가볍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결국 일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그저 "커피 한잔 해요~"라는 말을 했을 뿐인데, 두리번거리며 필기구부터 챙기는 모습에 그와 나 사이에 벽이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와 함께 하는 개인적인 커피타임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 같아서 약간 서글펐다. 어찌 됐던 그에게 "커피 한잔"은 상급자가 일 이야기하자고 건넨 말이었다.
아.. 나는 이제 그런 사람이구나..
그래서 정말 놀고 싶고 쉬고 싶은 커피타임은 팀원들에게 1:1로 요청하지 않는.. 아니 못한다. 여러 명에게 동시에 요청한다. 그래도 그런 순간에 팀원들은 필기구를 챙겨 오지 않는다. 그저 웃으며 "쏘시는 거예요?"라는 말을 건넬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