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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에게 해피엔딩 Dec 09. 2022

나는 교수설계자입니다.

EP3. 그래서 교수설계자가 뭐라고요?

갑자기 전공 얘기까지 나와서 당황하셨죠?

“도대체 뭔 소리 하는 거야!”

“더 어렵잖아!”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요ㅠㅠ

20년이 넘게 제가 한 일을 나름 ‘쉽게’ 설명해보려고 시작한 건데 더 어렵게 설명하고 있는 느낌이네요.

역시 이번 생엔 틀린 건가ㅠㅠ

그렇다고 다음 생에도 교수설계자로 살 것 같지는 않은데…


제가 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더 전문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욕심이 작용한 걸까요.

어쩌면 너무 쉽게 얘기해버리면 제가 하는 일이 가볍게 느껴질까 봐 조심스러운 걸까요.

그래서!

약간의 꼼수를 발휘하여 저의 교육공학과 선배님이시자 현재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님으로 계시는 유영만 교수님께서 교육공학과에 대한 소개를 하기 위해 출간하신 책 MT 교육공학(2008)이라는 책에서 하신 말씀을 소환해보려고 합니다.


교육 공학자는 ‘학습 컨설턴트’, ‘지식 디자이너’, ‘변화 관리자’ 3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  

학습 컨설턴트 : 학습자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진단하고 분석해 그 결과에 따라 다양한 학습 해결책을 개발하여 제공함으로써 학습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사람

지식 디자이너 :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을 어떻게 기획하고 구상하면 학습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을지 수업을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사람

변화 관리자 : 각종 교육기관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설계, 개발, 운영,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을 의도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사람


저도 '교수설계자'가 이 3가지 역할을 모두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교수님께 받은 수업의 영향도 있습니다만;;)

그래서 저는 '교수설계자'를 이렇게 정의 내려 보려고 합니다.


학습자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학습환경을 고려하여 체계적으로 학습내용을 설계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간단하게 줄이고 줄여보았지만 여전히 한 문장으로 교수설계자를 설명하기는 너무 어렵네요.

그만큼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얘기일 수도 있겠고.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얘기일 수도 있겠고요.

그런데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이렇게 얘기하면 "아~ 그런 사람이군요!" 하면서 바로 이해해줄까요?ㅠㅠ

아무래도 저에게 "교수설계자는 무슨 일을 해요?"라고 물었을 때 이해하기 쉽게 한 마디로 얘기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는 쉽고, 짧게 설명하는 것은 포기하고, 조금 더 친절하게, 그리고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얘기하는 교수설계자에 대한 설명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이며, 교육공학과의 생각을 대변하지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교수설계자분들의 생각을 대변하지도 않습니다.  

혹 이 글을 읽고 계시는 교수설계자분들 중에 본인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여러분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교수설계자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휴머니스트입니다.


학습자가 갖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하고, 살펴본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처방전을 내릴 것인지 '고민'해야 하고, 거기에서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찾아내야 하며, 그 인사이트를 통해 학습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해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교수설계자는 혼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나의 교육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용전문가, 디자이너, 영상전문가, 촬영 전문가 등과 같은 콘텐츠 개발 전문가들과 함께 협업을 해야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그들과 함께 시너지를 내며 즐겁게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요구사항 그들의 욕망도 계속해서 살펴보고 확인하며 그 속에서 보다 나은 교육 방법을 찾고 제안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이러한 과정에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교수설계자는 창의적인 아티스트이자 PD입니다.


단조로운 이미지와 텍스트에 불과했던 학습내용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학습자들이 학습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학습내용을 궁금해하고, 학습을 계속하고 싶게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교수설계자는 내용전문가는 아닙니다. 내용전문가가 갖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학습 콘텐츠로 탈바꿈시켜주는 사람이죠. 그래서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할수록 도움이 많이 됩니다.

먼저 PD가 되어 학습내용이 온라인상에 어떻게 구현되어야 학습자들이 매력을 느끼고, 이 콘텐츠를 학습하고 싶어 할까 라는 고민을 가지고 기획을 합니다. 그리고 과정명과 학습목차, 과정 소개를 멋들어지게 만들죠. 그런 다음에는 아티스트가 되어 기획한 의도를 잘 담을 수 있게 학습내용을 구성하고, 다양한 음악과 애니메이션 등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매력적인 아이디어들로 포장한 교육 콘텐츠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교수설계자는 다양한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 전문가입니다.


저는 교수설계자가 기본적으로 '교육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을 가진 교육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모르고 교수설계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교육은 모르고 그저 교수설계 스킬만 가지고 교수설계자를 한다는 건 속이 빈 깡통에 불과할 테니까요.

학습자에게 일어나는 문제가 정말 교육의 문제로 해결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진단하고, 분석해야 하고, 분석 결과 교육의 문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어떤 해결책이 있을지 고민하고 모색해서 그 방법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 아시나요? 우리는 대부분 교육 전문가라는 것을.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지겹게 무수히 많은 교육을 받아본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교육과 관련된 전공을 꼭 하지 않아도 교육에 대한 올바른 철학만 있다면 교수설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 어떤가요?

교수설계자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알기는커녕 더 모르시겠다고요?

제가 바로 원하던 바입니다.

교수설계자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조금이라도 궁금해지셨다면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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