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오늘이 생일이라는 얘기
생일을 하루 앞두고 생애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2016년이니까 벌써 6년이 훌쩍 넘은 시간
짧다고 하기엔 꽤 긴 시간 동안 도전을 해볼 엄두도 내지 못한채
글만 깨작거리다가 시간을 흘려보냈고
올해는 자유의 몸이 되기도 했으니 마음을 굳게 먹고 도전의 의지를 다졌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도전을 미루다가
(나는 그렇게 일을 미루고 또 미룬다는 MBTI의 ENFP다)
'제발 생일은 넘기지 말자'고 속으로 다짐을 계속 했었다.
떨어지든 붙든 어떻게든 결과를 받아보자고.
떨어지면 이 악물고 다시 도전해보고, 붙으면... 사실 붙으면을 생각해보지는 않았네;
워낙 한 번에 붙기 힘들다는 글들을 많이 읽은 영향인가보다.
여튼 그렇게 미루고 미루며 또 미루다가 '일단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도전해보자!'
그랬는데 한 방에 브런치 작가 선정이 된 것이다!
이러니 생애 최고의 선물이라 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렇게 올해 생일은 나에게 엄청 특별한 의미를 던져 준 생일이 되었다.
그러나 사실 생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지 꽤 됐다.
슬프게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근데 진짜 나이 때문 맞아?)
언젠가 생일은 아주 특별한 날이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도 사춘기, 혹은 감수성이 풍부해서 나 스스로도 감당하기 힘들었던 어느 시절.
'이렇게 사랑스러운 내가 세상에 태어나 빛을 본 역사적인 날이니 나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서 마구마구 연락을 하겠지?' 라는 다소 억지스러운 상상으로 지인들의 축하 연락을 초단위로 기다리며 시간 당 몇 명이 축하 메시지를 보냈는지 세어 보던 시절
생일이 시작되는 밤 12시가 되는 순간부터 누가누가 먼저 연락을 해줄까 기다리며 잠못들던 시절.
축하 연락이 별로 없으면 '난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인가보다' 좌절하기도 하고.
연락이 많이 오면 '인생 참 잘 살았네' 대견해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생일 축하와 연락에 집착하던 시절이 있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와 같은 SNS로 생일축하를 건넬 수 있게 된 시절부터는 전화와 메세지, 편지로만 축하 연락을 받던 시절보다는 더 많은 연락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어떤 지인들이 축하메세지를 남겨주려나 더 설레이게 되고 더 생일을 기다리게 되었다.
특히 카톡이 내 생일을 카톡친구들에게 알려주기 시작한 그 시기 부터는 생각지도 못했던 지인이나 오래도록 연락 안했던 지인들까지 뜬금없이 생일 축하 겸 안부를 건네는 바람에 뭔지 모를 뿌듯함(?)과 기쁨까지 누리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지인들에게 생일 축하 연락을 잘 하는 사람인가? 반성하게 된다ㅠ)
하지만 이제 난 더 이상 생일이라고 지인들의 축하와 선물을 기다리는 귀여운(?) 소녀가 아니다.
(젠장 이 문장을 쓰는데 왜 슬픈거지)
그저 하루하루가, 매일매일이 선물이고, 하루를 또 살 수 있게 허락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또 그 시간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처량한(?) 중년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 작가 선정'이라는 생애 최고의 선물이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생일을 특별하게 생각하라고 날 떠밀고 있다.
물론, 오늘도 아침 9시 넘어 눈을 뜨고 침대에 누워서 QT로 하루를 시작하고,
어슬렁 어슬렁 일어나 삶은 달걀을 아침으로 입에 물며 시작하는 365일 중에 하루일 뿐이지만.
누군가는 '레벨업'이 되었다고 축하해주는 의미있는 날이면서,
갖고 싶었던 카톡 선물함에 있던 선물을 누군가 선물해주어 감동이 넘치는 날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