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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무담당 이대리 Nov 05. 2019

일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서?

일의 의미#2

일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하던데, 그런 이야기 들어봤어?

요즘 자꾸 무기력해지고 퇴사 욕구가 치솟는 것 같다는 친구의 말에, TV에 나왔던 일의 유통기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은 장면이었는데, 바로 웹툰 작가 이종범씨가 슬럼프에 대해 버스킹을 하는 장면이었다.

<말하는대로> 연말특집 웹툰작가 이종범 편, 출처: JTBC


그는 슬럼프를 두 가지로 나눠 설명했는데 하나는 정말로 지쳐서, '번아웃에 빠진 상태일 때'이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일을 하는 이유를 잃어버렸을 때'라고 하였다. 일을 하는 이유가 곧 일의 유통기한을 정하는 것 같다고.

슬럼프에 빠졌다고 생각이 든다면 쉬고, 또 내 일의 유통기한이 다 되어 그런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다음번 이유를 찾아나갈 용기를 얻으면 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 버스킹에 감명을 받았었는데, 나 역시 그랬다. 그러고 보니 정말 '일의 의미'가 '일의 유통기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특히, 소셜섹터(혹은 제 3섹터)라 불리는 영역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일의 의미를 위해 연봉 등 여러 가지를 양보하거나 포기하고 일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어서 그런지 그 말이 더욱 와 닿았다.


친구에게 그런 이야길 하다 보니 문득, 나 스스로도 일의 유통기한이 다 되는 것에 대해 꼭 고민해봐야 하는 주제이자 과제가 아닐까 싶었다. 나는 이 영역에서 오래도록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극복해야 할 것들이 참 많다.


우선, 나같은 애정결핍을 가진 인간이 가진 '인정 욕구(칭찬 받고 싶어 하는 욕망)'를 어느 정도 스스로 지각하고 인정하고, 솔직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많은 이들이 이 섹터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에. 그래서 이 영역의 종사자들은 빨리 지치고, 일의 유통기한도 참 짧은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파이를 챙기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모든 파이를 나눌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비영리와 다른 점은, 다른 사람에게 파이를 더욱 잘 나누기 위해 내 파이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최근의 소셜 섹터인 것 같은데 아직 그 생각은 많은 이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다. 누군가는 이 영역을 비영리의 잣대로 바라보고, 누군가는 이 영역을 비즈니스의 잣대로 바라보기 때문에 어느 누구 하나 만족 시키지 못할 위험이 큰, 참 어려운 영역이다. 하지만 그래서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일의 유통기한을 늘리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어떻게 내 탐욕을 어느 정도 충족시키고 조절하면서 이 영역에서 오래 헌신할 수 있을까. 친구와 대화한 뒤 오래도록 이에 대해 생각해봤다.


*이 주제를 생각한 건 2018년인데, 이 글을 완성한 건 2019년이 되어버림..


그럼 일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방법이 있을까?


내가 떠올린 방법은 크게 4가지이다.


1. 의미를 재발견하기


첫 번째는, 의미를 재발견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당면한 과제에 몰입하게 되고, 자꾸 초심을 잃어버린다. 애초에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한 것인지, 무엇을 하려고 했던 건지 까먹게 되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분명 알고 있었는데 까먹거나, 지친 나머지 그 의미를 훼손해버리고 만다. 그 때 잠시 멈추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걸 언제 하루 날 잡아서 하려고 미루지 말자.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다, 결국, 마음이든 몸이든 어딘가 심하게 아플 때에야 멈추게 되기 때문이다. 나도 한참을 아프고 나서야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질병의 예방이 제일 좋은 것이지, 이미 병이 난 뒤에는 아무리 치료해도 상처가 남게 마련이다. 재활을 열심히 해도 원래 다치지 않은 사람보다 그곳이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제발, 매일 찰나의 순간이라도, 아주 잠시 잠깐이라도 멈추고 생각하자. 그리고 기록하자. 그게 감사 일기든 명상이든 기도든 영상이든 대화든 뭐라도 좋다. 내가 스스로 내 삶과 시간에 대해 의미를 재발견하는 시간이 매일 1분이라도 당신에게 있다면, 일의 유통기한이 늘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에 절대적인 의미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당신이 보낸 시간은 단편적이지 않다.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내가 한 일이 내가 하려던 일이 맞는지, 올바른 일이었는지. 내일은 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묻는 시간, 그게 바로 의미를 재발견하는 시간이자, 당신의 시간을 좀 더 입체적이고 다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라 믿는다. 나 자신! 실천하자 쫌!


2. 새로운 의미 찾기


두 번째는, 새로운 의미를 찾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아무리 의미를 재발견한다 하더라도, 어떤 일이 익숙해지고, 쉬워지게 되면 누구나 지루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럴 때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공통된 속성이 있지만 결이 달라 새로운 의미를 주거나 아니면 아예 새로운 영역의 새로운 일을 하는 도전의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사이드 프로젝트여도 좋고, 취미여도 좋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의 '내가 생각하는 미래 버전'의 일을 미리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재발견하는 의미들을 연결 짓는 속성을 가진 '지금' 달라 보이는 일들을 해보는 것이 결국은 일의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인터뷰] 후지필름 CEO "경영‘실패하면 죽는다' 각오로 나선다”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1

후지 필름은 코닥과 달리 디지털카메라가 득세하는 시장에서도 잘 버텨내고 있다고 한다. 그 생존 비결 중 하나가 바로 기존 기술 중 새 시장에 적용할 것을 질문하고, 찾아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후지 필름의 기술 분석 4분면 질문 중 '기존 기술 중 시장에서 적용 안 한 것은 없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의미의 재발견이었다면, '기존 기술로 새 시장에 적용할 것은 없는가?' 살펴보는 것이 새로운 의미를 찾는 활동이 아닐까.


3. 공부하기


세 번째는 공부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내가 내 능력 밖의 일을 마주했을 때 거기에 겁먹거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도 일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무기력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내 일에 대한 자기 확신을 갖고 의미있게 일하려면, 앞서 이야기 했듯 어느 정도 타인의 인정이 필요하고, 이는 일을 '잘'해내야 함을 이야기 한다.


적어도 내가 맡은 일은 내 조직에서 가장 잘 수행해 공헌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공부할 필요가 있다. 그 일을 내가 더 이상 수행할 수 없을 때에도 유통기한은 다 되는 것일테니까.


4. 공유하기


네 번째는 공유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내 일에 대한 생각이나 노하우, 공부한 지식들, 고민들... 나라는 렌즈에 투영된 일들을 타인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지 모르고, 또 나도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까.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 하다보면 느껴지는 만족감과 감사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일과 관련돼 있다면 내 일에 더욱 감사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내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가장 먼저 감사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직장이 있든 없든, 내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하고 내가 하는 일이 소소하게나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면 그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사람도 비슷하겠지? 나부터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과 일에 더 많이 감사를 표현해야지.


적고 보니, 일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삶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의 의미를 찾기에 앞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게 중요한 것 같기도.


TUE, NOVEMBER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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