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다시 피었어
앙리야, 안녕? 어제는 가게일을 마치고 사사랑, 동지랑 벚꽃 구경을 갔어. 도청 뒤에 봄이면 늘 같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는 그곳. 가는 길에 사사가 말했어. “작년엔 앙리가 있었는데, 기억나?” 마음에 드는 막대기를 주워 들고 뛰어다니며 너랑 놀던 이야기도 했어.
아주 오래전에 이런 구절을 읽은 적이 있어. ‘아프게 사라진 모든 것은 상처와도 같은 작은 빛을 남긴다...’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구절이었어... 이젠 나도 부고에 익숙해질 나이인데... 헤어짐은 늘 버거워. 앙리 넌 작은 빛으로나마 우리 마음속에 늘 존재할 거야. 넌 결코 사라지지 않았어. 작은 기억의 조각들로 널 이 세상에 묶어둘게, 오늘처럼. 넌 나와 동지, 사사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존재할 거야. 우린 계속 널 불러댈 거니까. 네 빛이 흐려지지 않도록...
동지는 한동안 많이 아팠단다. 덤덤하려 노력하지만 쉽진 않지. 알고 보면 동지는 마음이 너무 약해서 탈이야. 동지가 너무 아프지 않게 기도해줘. 우리가 너랑 보낸 시간이 무려 17년이구나. 아직도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갈 때면 네가 있을 것 같아. 이 공허함에 익숙해질 날이 언제일까? 앙리, 어디서든 이 봄날을 만끽하렴. 그리고 또 만나자, 504호에서. 우리 모두 젊었던 그 시절, 그곳에서...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