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고 싶지 않은 꿈
안녕, 앙리! 요즘 가끔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꿔. 전엔 아빠도 만나고 어머님도 만났어. 내가 어리고, 그분들이 젊었을 때 그 모습 그대로... 그럴 때마다 난 그분들의 낯빛을 살피곤 해.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계신지, 아니면 그곳에서 조차 힘들고 아픈지... 그리고 안도감에 웃거나 불안해하거나 울거나... 그러지. 그런데 앙리 넌 어딜 그리 바쁘게 쏘다니는지 한 번도 나타나질 않는구나. 만약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504호에서 다시 만나자. 그리고 긴 산책을 가자. 그 풀이 무성하던 공릉동 빈 놀이터 생각나니? 노란 민들레도 많이 피어 있던 곳. 난 코를 훌쩍이며 낡은 필름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었지. 꽃가루에 비염이 도져도 기분이 좋은 날이었어. 너랑 까미는 마구 뛰어다녔고, 아마도 동지는 어디 한쪽 구석에 숨어 담배를 피우며 그런 우리를 지켜봤을 거야. 그곳에서 다시 모두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아주 많아. 너도 날 많이 귀찮게 했잖아. 매일 목덜미를 긁어달라고... 나도 당분간은 계속 하소연을 할 거야. 길게 쓰고 싶지만 일을 해야 해. 또다시 들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