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전투력 200%!
ABC 트레킹 등산용품 폭풍쇼핑

무지외반증 환자의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여행기

by 역마살찐년 김짜이
네팔입국.jpg 비행기에서 바라본 네팔의 산들

이제 와서 고백하지만, 네팔 ABC 트레킹은 인도-네팔-스리랑카 여행의 일부였다. 일정상 잠시 인도를 먼저 들러야 했는데, 거칠기 그지없는 2주를 보낸 후 카트만두에 도착했을 때는 전투력이 200% 상승해 있는 상황이었다. 혹시 또 사기꾼이 말을 걸어오지 않을까, 의심으로 번들거리는 눈빛을 하고 카트만두 공항을 나섰다. 덕분에 타멜 거리까지 평균 700루피인 택시비를 300까지 깎아버리는 기함을 토했지만 마음은 너덜너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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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멜 거리에서 내리자마자 평화로운 풍경에 긴장이 탁 풀렸다. 하지만 뭔가 어색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분명 내가 서 있는 곳은 네팔 카트만두의 여행자 거리였는데, 그 동안 인생에서 굉장히 자주 만났었던 광경 같은…… 모두가 등산복을 입고 있는 이 풍경은……. 토요일 도봉산역 앞에서 보던 그것이었다.(나중에 보니 그날만 유독 그랬고, 보통은 등산복을 많이들 입지는 않는다.) 아차 싶어 내 차림새를 내려다보았다. 빠하르간지에서 산 튼튼한 쪼리, 너펄거리는 코끼리바지, 전 회사의 로고가 당당히 새겨져 있는, 트레킹이 끝나자마자 버리리라 다짐했던 후리스. 이 차림새로 산은 어림없었다. 다시 전투력을 다졌다. 기왕 올라가는 거, 제대로 준비를 하고 올라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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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사야 할 것은 등산화였다. 누구나 등산화를 고르는 기준이 있겠지만, 역마살찐년의 기준은 딱 다섯 가지였다. 첫째로 발가락 앞에 아주 약간의 여유가 있을 것. 심한 무지외반증에다가 긴 발가락 때문에 신발을 살 때마다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기준이었다. 둘째로 발목이 있는 등산화일 것. 발가락 앞에 여유를 둔 신발을 신고 내리막을 내려가면 발이 앞으로 쏠려 아팠다. 발목 부분을 끈으로 고정해 발가락 앞의 여유를 계속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 셋째로 다리를 들어올리는 데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것. 신발 자체의 무게가 무겁더라도, 다리의 힘이 충분히 있는 상황이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다만 오래 걸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최대한 가벼운 무게의 신발을 고르는 게 당연했다. 여기에 신발을 바닥에 대고 힘주어 밀었을 때 뻑뻑할 정도로 접지력이 좋은 것, 밑창이 튼튼해 점프했을 때 충격을 많이 흡수해주는 것도 필요했다. 전문가에게 들은 것 없이 무턱대고 산을 다니다 보니 생긴 기준이어서, 틀린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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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역마살찐년이 신는 운동화의 사이즈는 280mm, 두꺼운 등산용 양말까지 신으려면 290mm는 되어야 발이 불편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맞는 등산화가 없어 한참 찾아 다녔었는데, 타멜에서 구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거리의 반 이상은 등산용품 매장이었기 때문이다. 보이는 곳마다 들어가서 사이즈를 물었더니 세 곳 정도의 가게에서 큰 사이즈를 취급하고 있었다. 등산양말을 신은 후 신어보고, 걸어보고, 뛰어보고, 밀어도 보고 한참 시간을 보내며 고민하다가 4,000루피 조금 못 되는 가격에 한 켤레 구매했다. 브랜드는 없었지만 비교적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게 마음에 들었다. 생김새가 취향에 맞지는 않았지만 그것까지 바라는 건 사치였다.


안나푸르나등산화.jpg 결국 고른 등산화는 이것.

그 다음은 옷이었다. 윗도리야 반팔에 후리스에 두꺼운 패딩까지 잘 챙겨갔으니 걱정이 없었지만, 바지가 애매했다. 편한 바지는 너무 비쌌고, 싼 바지는 잘 맞지 않았다. 결국 바지는 깔끔하게 포기했다. 트레킹 중 두 번 정도 너펄거리는 바지자락에 걸려 크게 넘어질뻔했던 것만 빼면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잘 맞기만 한다면 청바지여도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스틱과 장갑. 둘 다 왜 사야하나 싶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스틱은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역마살찐년의 비루한 무릎관절에 큰 도움이 되었다. 올라갈 때도 무게를 분배해서 의지할 수 있었고, 내려올 때도 조금은 기댈 수 있어 편했다. 다만 장갑은 가장 추웠던 구간에서 두세 시간 끼고 말았다. 괜한 짐이었다. 그 외 꼭 필요했던 침낭과 모자, 따뜻한 타이즈나 등산양말은 미리 챙겨갔기 때문에 따로 살 필요가 없었다. 슈퍼마켓에 들러 영양바, 견과류, 사탕, 선크림과 비누를 사고 쇼핑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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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먼저 들러 전투력을 높여놓지 않았더라면, 아마 총 구매가격의 두 배 정도 되는 가격으로 등산을 준비했을 것 같다. 돌아서서 나오려면 가격이 내려가고, 안 산다고 하면 또 내려간다. 같은 제품을 천차만별의 가격으로 팔기 때문에 최소 세 곳 이상의 가게를 둘러본 후 흥정을 통해 구매하지 않으면 높은 가격에 사게 될 수도 있다. 또, 한 가게에서 여러 물건을 구매하면 총 가격을 조금 더 깎을 수 있으니 참고하자. 혹시나 해서 덧붙이자면, 타멜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상품들은 정품이 아니다. 유명 등산 브랜드의 로고가 너무도 당당하게 새겨져 있지만, 가격을 들으면 절대 정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짜 정품을 사고 싶다면 타멜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나오는 레나스 마그로 가볼 것. 정품 매장들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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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더 사야 하나 싶어 초조했지만 다음 할 일이 있었다. 길잡이가 되어줄 가이드와 포터 구하기, 그리고 퍼밋과 팀스 받기!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ABC 트레킹)
준비물


한국에서부터 가방을 꽉꽉 채워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등산용품은 정품이 아니더라도 타멜에서 저렴한 가격에 거의 다 구할 수 있다. 한국음식을 찾으시는 분들도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될 듯. 산에 올라가다보면 온갖 롯지에서 다양한 한식 메뉴를 판다. 신라면부터 김치까지 다 있다.

기본 준비물
침낭 :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롯지 침대의 위생상태가 그다지 좋지는 않기 때문에 가져가는 것을 추천.
등산화 : 장기 여행이 아니라면 되도록 신어서 길이 든 등산화를 신고 오는 게 좋다.
스틱 : 길쭉해서 짐이 되므로 와서 구입하는 것도 추천. 저렴하게 구매 가능하다.
: 상하의 모두 등산용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바지는 편안하되 걸을 때 걸리적거리지 않는 것으로! 고도가 올라가면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는 것을 참고하는 게 좋다.
모자 : 의외로 햇볕을 정면으로 보고 걸을 일이 많다.
립밤&선크림&수분크림 : 산 위는 건조하고 차가워서 얼굴이 다 튼다.
보조배터리 : 충전당 요금을 받는다. 산 위로 올라갈수록 콘센트가 부족해져서 돈을 내도 충전이 한참 걸리는 경우가 있다.
그 외 장갑이나 선글라스 등은 여력이 되면 챙기시길.
손전등은 휴대폰의 기능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나서 가면 거머리가 많다고 하니 소금도 챙겨보자.

덧붙여 챙겼을 때 좋았던 것.
몇가지 먹거리 : 한식 다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한국 맛은 아니긴 하다. 김이랑 깻잎 통조림은 정말 맛있었다. 맥심 커피는 왜 해외에서 먹었을 때 더 맛있나... 반면 신라면은 대부분의 롯지마다 다 있다. 심지어 잘 끓여주신다. 새콤한 사탕도 등산 중 먹으면 좋았다.
읽을 거리 : 롯지에 일찍 도착하는 경우 샤워한 다음 한가롭게 몇 자 읽으면 천국 같다.
엽서와 펜 : 밥 나오기 기다리면서 몇 자 적어서 보냈더니 친구들이 행복해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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