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가
외길이라고 생각했던 멍청이

무지외반증 환자의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여행기

by 역마살찐년 김짜이

누군가 내게 평소 등산을 좀 했냐고 물으면,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일단 가이드 일을 하면서 몇몇 산을 다녀봤기 때문에 안 갔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완주를 하거나 가장 높은 봉우리까지 올라가 본 적은 거의 없기 때문에 갔다고 하기도 뭐하다. 잠깐씩 맛보기로 오르내린 정도. 하지만 워낙 튼튼한 몸을 타고난 덕에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근육이 붙었다. 언젠가부터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산을 오르내릴 수 있었다. 가뿐한 몸을 느끼며, 나름 또래에 비해 산을 잘 탄다고 조금 우쭐해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히말라야가 어마어마한 곳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무턱대고 덤벼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소위 말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 정도로 건강한 사람이
크게 별일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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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떠나기 전 뭐가 필요할까 싶어 아주 잠깐 검색해보니, 히말라야는 한가지 코스만 있는 게 아니었다. 크게 나누면 포카라에서 가까운 안나푸르나와 카트만두에서 갈 수 있는 에베레스트 두 가지였고, 작게 보면 이용수단과 체력, 취향에 따라 수십 가지의 코스가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을 품고 있는 산맥이 히말라야인데, 당연히 길이 하나일 리 없었다. 역마살찐년은 대체 얼마나 생각이 없었던 걸까. 멍청한 스스로가 우스워 헛웃음이 나왔다. 그때서야 진짜 준비가 시작됐다.


쿰부? 랑탕?
안나푸르나?
좀솜은 또 어디야!


인도 위에 가로로 누운 네팔, 북쪽에 길게 펼쳐진 히말라야 산맥을 따라 중국과 마주 보고 있다. 단순하게 지도만 보면 가운데쯤이 안나푸르나와 포카라다. 코스는 두 가지. 안나푸르나를 중심에 두고 한 바퀴 도는 안나푸르나 서킷 코스와, 포카라에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질러 갔다 돌아오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코스가 있다. 거기서 조금 동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수도 카트만두고, 살짝 더 동쪽, 네팔 전체의 5분의 4쯤 되는 지점 북쪽 끝이 바로 그 유명한 에베레스트다. 본격적인 트레킹 코스가 시작되는 지점까지 비행기로 들어가거나 그나마 가까운 마을까지 버스를 타고 간 다음 사흘을 꼬박 걸어야 한다고 한다.

여기까지 알아보니 처음의 자신감은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증발해버렸다. 아무래도 에베레스트 쪽은 안 되겠다 싶었다. 평소에도 결단을 잘 내리지 못하는데, 수많은 코스 중에서 고르려니 눈이 핑핑 돌았다. 비용도 문제였다. 트레킹을 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데다가 비행기까지 타야 하니 부담스러웠다. 무엇보다 가장 두려운 건 고산병이었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데다가, 원인도 모르고, 왔다 싶을 때 잘 쉬어주지 않으면 죽기까지 한다고 하니 더 무서웠다. 평소의 성격으로 미루어 봤을 때 역마살찐년은 아파도 끝없이 밀려오는 미련 때문에 억지로 일정을 강행할 확률이 높았다. 객사를 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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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코스를 택하기로 했다. 포카라에서 출발해 버스를 타고 트레킹 시작점으로 간다. 고도 1,130m 페디부터 4,130m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중간중간 마을들을 거쳐가며, 3,000m를 두 발로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직선으로만 올라갔다 오기가 조금 아쉬워서 푼힐 전망대까지 끼워 넣으니 8박 9일의 일정이 되었다.


다들 가는 거,
나도 편히 다녀오지 뭐!


만만한 여정은 아닌 것 같았지만, 다녀온 분들의 후기를 보니 내 팔뚝만 한 다리를 가지신 분들도 부지기수였다. 어르신들은 물론이고 어린아이들도 다녀올 수 있는 코스인 모양이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온 것을 보니 상상하던 것만큼이나 그렇게 어마어마하고 대단한 곳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김이 샜다. 인생에서 겪는 대부분의 일처럼, 다들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던 거였구나 싶어 입맛이 썼다. 누구나 가는 코스, 나도 편히 다녀올 수 있겠지 싶어 간단히 짐을 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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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착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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