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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가 몰고오는 쓰나미

거품 위에 지은 집

by 김태민

부채를 자산으로 취급하는 인식은 한국경제의 뇌관이다. 한국인들은 무리하게 은행 돈을 빌려서 고위험투자에 뛰어드는 것을 당연시한다. 감당가능한 대출은 투자지만 전부 다 걸면 도박이다.

인생을 판돈 삼아 뛰어드는 부동산 투기는 상식이 됐다. 각종 정책대출을 악용해서 대출한도를 늘리는 수법이 ‘생활의 지혜’로 통한다. 한국인들의 평균자산은 크게 늘었지만 정작 소득이 증가한 계층은 극소수다.


부동산가격상승은 대출금을 낀 장부상 자산총액이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재산이 증가해도 삶의 질이 상승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다들 거품 위에 모래성을 쌓아 올린 채 부자가 됐다고 착각한다.


금리인상을 두고 벌이는 논쟁은 뜨겁다. 정작 본질을 들여다볼 생각은 없다. 빚을 아무렇지 않게 취급하는 의식이 문제다. 자영업자, 영끌족,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들마저 막대한 부동산 대출을 끌어안고 있다.


영원한 호황이나 끝없는 상승은 없다. 부동산이 우상향 한 이유는 탐욕과 불안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다들 미래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켜 줄 ‘안전자산’을 찾는다. 부동산불패론은 신념을 넘어 신앙이다.


썩은 빌라와 쓰러져가는 아파트를 개발호재를 노리고 큰 빚을 지고 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시장이 상식을 벗어나는 순간은 자산고평가와 시장붕괴를 염려해야 할 때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현실은 점점 더 암울해지고 있다. 인구는 줄고 국가부채는 늘었다. 작년 말 법인 파산신청건수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대다수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다.


바닥이 주저앉으면 머지않아 건물은 무너진다. 유가와 물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소비심리는 얼어붙었다. 내수는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불안심리를 등에 업고 부동산은 계속 간다.


장기불황과 낮은 출산율은 국가의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는 확실한 지표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은 끝없이 상승했다. 불안한 대내외상황과 신뢰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을 수 없는 한국의 암울한 현실이 맞물렸다.


너도 나도 돈을 땅에 깔고 앉았다. 개인이나 기업 모두 부동산에 미래를 걸었다. 불안이 심화되고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부동산은 안전자산을 넘어서 구원과 신앙의 대상으로 신격화됐다.


수중에 돈이 없으면 가족명의로 대출을 받는다. 대출한도를 초과하면 편법과 탈법에 손을 댄다. 자영업자로 둔감한 직장인들은 사업자대출을 받는다. 우회로를 찾아서 나랏돈을 끌어오는 이들은 재테크고수로 통한다.


내 집마련을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고 상급지를 노리면서 또다시 영끌을 한다. 평범한 직장인들은 역전을 꿈꾸면서 경매에 뛰어들었다. 퇴직을 앞둔 장년층이나 노후가 불안한 노년층은 PF대출을 끼고 산업센터나 상가를 분양받았다.


상식과 원칙은 모조리 사라졌다. 부동산불패신화는 모든 문제의 해법이 부동산이라는 유일신앙이 됐다. 그 사이 가계부채는 폭등했다. 역대 한국 정부는 왜곡된 시장을 방치하거나 과열을 조장했다. 불안과 탐욕을 먹어치우면서 부동산은 상승했다.


대한민국은 일본의 버블붕괴나 미국의 서브프라임을 반면교사 삼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오만했고 국민들은 자만했다. 다음 세대가 비싸게 사주기를 바라면서 아파트를 짓고 몸값을 불렸다.


그러나 부동산가격상승률과 국가부채증가율은 정비례한다. 이제는 기준금리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태다. 다들 알면서 눈을 가리고 귀를 닫고 탐욕에 미쳐있었다. 벌을 달게 받을 시간이 왔다. 곧 레버리지의 쓰나미가 한국을 덮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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