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NP

바쁜 사람과 바쁜 척하는 사람

우리가 회사에서 만나는 이상한 사람들

by 김태민

세상에서 제일 바쁜 척하는 사람들은 정작 높은 직급도 아니고 고액연봉을 받지도 않는다. 자기가 바쁘고 유능하고 능력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자랑하고 싶은 것뿐이다. 정말 유능한 사람은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 않고 시간을 분과 초 단위로 쪼개 살면서 모든 일을 해낸다. 다음이라는 핑계 대신에 양해를 구하고 시간을 더 잘게 쪼개서 문제를 즉시 해결한다. 그래서 시간은 성공하는 사람의 친구이자 부자의 도구인 것이다.


반대로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연극에 집착한다. 실속 없는 배역에 도취된 사람이 쏟아붓는 시간은 성과가 없다. 새벽출근해서 매일야근까지 하고 주말도 자진반납하고 일하면서 업무 관련 공부까지 병행한다. 하지만 이런 쇼를 하다 보면 회사동료나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고 피곤하게 만든다. 본인의 행동을 자랑하면서 사람들에게 한 마디씩 던지다 보면 적이 한 명씩 늘어난다. 비뚤어진 자아도취는 사람과 평판을 모두 잃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바쁘고 능력 있는 사람인척하려면 주변에 자신이 어떤 삶을 사는지 늘 광고해야 한다. 물어보지도 않은 내용을 말하면서 자기 자랑을 일삼고 맥락 없이 본인의 성과를 자화자찬한다. 한두 번은 다들 넘어간다. 열심히 사는 것은 모두에게 박수받을만한 일이다. 그러나 지나치면 결국 바닥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바쁘게 사는 스스로를 보며 혼자 뿌듯해하는 사람의 연극은 티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심리상태가 불안하다. 일이 좋아서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다.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에 시달리는 본모습을 감추기 위해서 애쓴다. 성공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자기혐오를 덮는 것에 불과하다.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애잔하고 애처롭다. 사실을 알아차린 주변의 누군가는 응원과 공감을 보내기도 하지만 정작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자기처럼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을 얕보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리 연극을 해도 주변 사람들은 호응해주지 않는다. 신나게 떠들어봐야 모두 등을 돌리고 외면하게 된다. 관객 없는 원맨쇼는 쉐도우복싱에 불과하다. 정작 바쁘게 살면서 쌓은 성과는 인생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코스프레는 어차피 진짜가 될 수 없는 법이다. 이미지만 신경 쓰느라 정작 실력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의 스케줄을 들어보면 스타트업 CEO 저리 가라 싶은 일정이다. 제대로 지키는지 알 수도 없다. 이야기는 매번 아무도 관심 없는 본인 자랑으로 점철되어 있다. 직장인이라면 예의상 하지 않는 이번 달에 얼마 벌었다는 이야기, 능력을 인정받아서 스톡옵션 줄 것 같다는 과대망상, 얼마나 대단한 회사를 다니는지 기사를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열정까지. 마지막으로 사장 혹은 회사중역과 술도 마셨다는 썰까지 붙여주면 허세의 완성이다. 이런 말을 하면서 바쁘게 사는 역할극에 충실한 사람은 한마디로 별 볼 일 없는 인간이다.


직급도 낮고 경력이나 배경조차 초라한 사람의 자랑은 허풍에 불과하다. 동료들에게 평판을 물어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알만한 인간일 것이다. 성과는 실력으로 내는 것이다. 입으로 내뱉는 자랑은 제 살 깎아먹기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외롭고 땀 흘려도 행복해질 수 없다. 결국 자아도취가 만든 연극의 결말은 완벽한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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