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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Apr 13. 2024

라일락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담장 위에 핀 라일락을 발견했다.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면서 개화시기를 앞당겼다. 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눈부시게 빛나는 라일락은 예뻤다. 가까이 다가가서 향기를 맡았다. 달콤하면서도 청아한 향이 참 좋다. 완연한 봄이다. 봄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하얀 꽃이다. 초봄을 알리는 매화를 시작으로 벚꽃과 라일락이 차례로 핀다. 새하얀 햇살에 물든 꽃잎을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꽃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동네 여기저기에 핀 벚꽃이 바람을 타고 하늘거리며 날아다닌다.


 집으로 가려던 발걸음을 돌려 공원으로 향했다. 화단에 꽃이 만개했다. 철쭉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할 만큼 예쁘다. 사진 찍는 아주머니들 사이로 꽃잎이 흰 눈처럼 떨어져 내렸다. 좋은 날이다. 행복한 계절이다. 햇살아래 환하게 핀 꽃을 보면 살아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은 봄처럼 짧다. 하지만 아픔 역시 순간적인 감정이다.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더 많지만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산다. 타는 여름과 시린 겨울이 훨씬 더 길지만 모두들 봄을 기다린다. 꽃피는 봄은 짧지만 아름답다. 버티다 보면 지나가고 견디다 보면 사라진다.  


 오늘 낮기온은 27도를 기록했다. 4 중순인데 리넨셔츠를 꺼내 입었다. 맑은 하늘 아래 내리는 햇살이 오후를 하얗게 물들였다.  가의 나무들은 벌써 싱그러운 녹색 이파리를 달았다. 한낮은 땀이 흐를 만큼 덥지만 해가 지면 여전히 선선한 바람이 분다. 요즘 같은 때가 제일 좋을 때다. 어딜 가든 꽃을 만날  있고 어디서나 꽃을   있다. 내가 봄에 태어나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보랏빛 라일락을 사진으로 담았다. 꽃을 보고 떠오른 설렘을 소중한 사람에게 전해줘야겠다. 꽃은 마음을 담는다.


 봄은 짧지만 아름답다. 예쁜 꽃을 오래 보면 정말 좋겠지만 자연이 정한 섭리는 예외를 두지 않는다.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은 없다. 필 때가 되면 나타났다가 질 때가 되면 사라진다. 하지만 아름다운 순간은 기억 속에 남는다. 시간이 흘러 추억이라는 이름표를 달아도 변질되지 않는다. 정말 아름다운  것들은 소멸하거나 세월에 패배하지 않는다. 꽃은 저물지만 꽃과 함께 주고받은 마음은 남는다. 계절이 변해도 꽃이 품고 있던 빛깔과 향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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