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랜만에 친구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문을 열자마자 고양이들이 마중을 나왔다. 꼬리를 세우고 걸어와서는 문 앞에서 발라당 드러누웠다. 앞발과 뒷발을 쭉 뻗고 배를 보였다. 친구는 고양이를 안아 올렸다. 하루 중 가장 큰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이라면서 힘껏 끌어안았다.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나는 고양이와 놀아줬다. 식구가 둘이나 늘어난 만큼 친구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확실히 예전보다 활기차고 의욕적인 사람이 됐다. 피곤한 의무감이 아니라 긍정적인 의욕이 가득해 보였다. 소중한 것을 발견하면 삶은 생기를 띤다.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들이 우리를 사람답게 만든다.
인간의 가장 큰 적은 외로움이다. 외로움과 괴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돌봄에서 온다.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돌보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 줄 때 더 큰 행복을 선사한다.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보람을 느끼게 되고 무의미하게 여겼던 삶은 활기를 찾는다. 해야 할 일이 늘어나면서 함께 하고 싶은 일도 하나둘씩 생긴다. 그러다 보면 외로움이 동반하는 무력감은 차츰 사라진다. 반려동물을 통해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살아나갈 용기도 생긴다.
돌보는 기쁨과 키우는 행복은 대체제가 없다. 아이를 키우는 부부는 얼굴에 은은한 행복이 깃들어있다. 고되고 힘든 순간도 있지만 아이를 기르면서 얻는 행복이 훨씬 더 크다는 말은 진심이다. 자녀를 갖고 나서 후회하는 부부를 본 적이 없다. 부모에게 자녀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문과 같다. 살아본 적 없는 삶이 열린다. 이 과정에서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같다. 아이는 실수하면서 배우고 어른은 실패하면서 성장한다. 크고 작은 문제를 겪으면서 부모와 자녀는 가족으로서 함께하는 행복을 얻는다. 진심에서 나오는 사랑은 삶을 완성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대하는 것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얼마 전 안양시에서 주최하는 반려동물문화교실 수업을 들었다. 강의 주제는 펫티켓이었는데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를 위한 내용이라 도움이 됐다. 강의가 끝나고 질문시간이 주어졌다. 주로 건강관리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병으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안타까운 사연도 나왔다. 자기 일처럼 공감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집 앞 명학공원은 저녁이 되면 반려견과 산책 나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1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물을 동반자로 삼아 함께 산다.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인구도 크게 늘었다. 반려동물은 사람들과 떼어놓을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