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그들은 마치 거울처럼 내 모습을 일부 비춰주는 것 같은데, 그 이미지가 언제나 아름답고 기분 좋은 것은 아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들의 결점이나 불완전한 모습은 어쩌면 내 안에 있는, 아직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약점을 떠올리게 한다.
“그 사람, 왜 저렇게 행동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어느 모임에서 누군가가 지나치게 자기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를 끌고 갈 때, 속으로는 “왜 저렇게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자꾸 어필하려 하지?” 하고 불편함을 느끼는 나를 발견한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사실 그런 불편함은 어쩌면 나도 저렇게 보일까 봐 두려워하는 내 마음에서 시작된 것일지 모른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참 복잡하다.
그 사람의 실수를 보면서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고, 그들의 부족한 점이 내 안의 결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저렇게 행동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면서도, 사실 그 다짐은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방어적 태도일 때가 많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이런 모습조차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도 그저 웃으며 넘기고, 그들의 단점이 자신을 위협하거나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 친구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나는 저 사람 보면 진짜 답답해." 내가 투덜거리자, 친구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냥 우리랑 비슷하지 않나? 사실 조금만 다르게 보면 우리도 똑같아." 친구의 말은 따끔했지만, 동시에 위로처럼 다가왔다.
타인의 부족함을 관대하게 바라보고, 그들의 서투름 속에서 우리와 닮은 인간적인 면을 찾아내려는 그 마음가짐은 내가 배워야 할 것이었다.
그들을 복제 인간처럼 보는 대신, 우리와 함께 성장해가는 동료로 바라보면 어떨까? 그들이 내게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는 건 나 역시 아직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다.
그들의 결점이 나의 결점이 될 수 있고, 그들의 불완전함이 결국 우리 모두의 불완전함이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그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런 깨달음은 때론 타인을 향한 시선보다 내 자신에게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자신을 용서하고,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부족한 면을 마주하게 된다.
복제 인간처럼 닮아 보이는 그들은 사실 우리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거울일 뿐이다.
친구가 나와 닮은 사람을 보며 그저 웃으며 넘길 때처럼, 나도 내 모습 속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조금씩 변화할 수 있다면 좋겠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인간이 가진 공통된 약점을 마주하고, 함께 공존하며 성장하는 법을 배운다.
결국, 서로를 존중하고 나 자신을 더 사랑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 지긋지긋한 여름이 지난 어느 가을 저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