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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incelle Nov 14. 2019

 도둑맞은 수상이었는가?

2019 워렌 스판 어워드는 누구에게 가장 어울렸을까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529&aid=0000038591&fbclid=IwAR25bK1rqSESXyFLsX56MPXVJ_ZHTFC4ObIBY1IRqqHPujN7wVw6M5I5ffQ



이번년도 워렌 스판 어워드(Warren Sphan Award)의 수상자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패트릭 코빈으로 결정됐다. 류현진의 수상이 좌절되자 국내 언론들은 아쉬움을 쏟아냈다. 그런데 워렌 스판 상이 도대체 뭐길래?


야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이영상은 알 것이다. 심심찮게 상식 문제로도 출제될 정도니까. 그렇지만 어지간한 매니아가 아닌 이상 워렌 스판상은 낯설 것이다. 워렌 스판은 메이저리그 통산 좌완 최다인 363승을 거둔 투수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위대한 선수다. 그를 기리는 의미에서 제정된 워렌 스판 어워드는 MLB 양대 리그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좌완에게 주어진다. 수상 기준은 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세 가지 지표다.  


2019년의 류현진은 굳이 좌완으로 한정짓지 않더라도 분명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하나였다. 기록이 증명한다. 2.32의 ERA로 생애 첫 타이틀을 획득했으며, 9이닝 당 내준 볼넷은 1.18에 불과하다. 경이로운 수준이다. 웬만한 경기에서는 볼넷을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올해의 류현진을 피네스 피처(구위보다는 제구에 강점을 가진 투수)로 한정지어선 안 된다. K/9이 8을 넘을 정도로 탈삼진 역시 솔찬히 잡아냈기 때문이다. 팬그래프는 류현진의 2019시즌 WAR을 4.8로 산정했다. 어느 시즌이더라도 사이영 컨텐더가 되기에 충분한 퍼포먼스였다. 참고로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데이비드 프라이스가 2012년 AL 사이영상을 받았을 때 그의 F-WAR는 4.3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뛰어난 성적을 내고도 류현진은 왜 워렌 스판 어워드의 수상자가 되지 못했을까?




간단하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패트릭 코빈의 퍼포먼스가 류현진에게 전혀 뒤처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빈은 월드시리즈 우승팀 내셔널스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10.60의 K/9으로 238개의 탈삼진을 뽑아낸 점이 특히 대단했다. 그 결과 ERA가 3.25로 다소 높았음에도 F-WAR는 4.8로 류현진과 같게 산정됐다.


누군가는 FIP 기반의 F-WAR로 평가했기에 류현진이 저평가됐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실점기반의 RA-9 WAR를 사용하는 베이스볼 레퍼런스의 기록도 찾아봤다. 놀랍게도 ERA가 한참 높은 코빈의 WAR는 5.4로, 5.3을 기록한 류현진보다 근소하게나마 앞섰다. 적어도 통계로만 본다면 패트릭 코빈이 류현진에게 밀릴 이유는 없다. 납득할 만한 수상이다.



그렇지만 코빈의 수상에는 씁쓸한 뒷맛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정규 시즌의 코빈은 류현진 정도의 주목을 받은 적이 없다. 류현진은 시즌 내내 1점대 ERA를 유지하며 사이영상 수상의 유력 후보로 점쳐졌다. 비록 종반부에 부진해서 성적을 많이 까먹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중간에 찾아온 슬럼프에도 불구하고 사이영상 투표 최종 3위 안에 들었다. 사이영상에 투표하는 기자단들에게서 3위 이상의 표를 얻어낸 것이다. 코빈은 이 리스트에 들지 못했다. 가장 공신력 있는 수상에서 류현진은 분명 코빈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워렌 스판이 어떤 선수였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아쉬움은 더욱 짙어진다.


(참고 링크 : 최훈의 MLB 카툰 - 워렌 스판 편)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24530&no=178&weekday=sun



한때 속구 위주의 파워 피처었지만 스판은 커리어를 진행하면서 차츰 제구력이 돋보이는 피네스 피처로 방향을 바꾸어 나갔다. '타격은 타이밍이고, 투구는 상대의 타이밍을 뺏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스판의 통산 K/9은 4.43에 불과하다. 심지어 6.0의 WAR을 기록한 커리어하이시즌 1947년에는 9이닝당 3.8개의 탈삼진을 잡는데 그쳤다. 대신 스판의 통산 BB/9은 2.46으로, 어지간한 선수들의 커리어하이 수준이다. 20년 넘는 선수생활 내내 압도적인 볼넷 억제력을 보여준 것이다.


류현진과 코빈 모두 뛰어난 시즌을 보냈다. 각각 ERA와 탈삼진이라는 항목에서 뛰어난 기록을 남겼고, 누구의 퍼포먼스가 더 우수했는지는 취향의 영역으로 넘길 수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과연 워렌 스판이라는 선수를 기린 '워렌 스판 어워드'에 누가 더 잘 어울리는 선수였을까?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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