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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incelle Jun 19. 2022

물성의 회복







요즘 아이들은 수화기 아이콘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더라. 아래한글의 저장 아이콘이 무얼 본땄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런 세대에게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앨범을 들었다는 표현은 와닿지 않을테다. 그래. 우리도 '마중물'같은거 뭔지 잘 모르잖아.



그래도 테이프를 감아가며 플레이어에 돌려보지 않은 건 손해다. 언제 어느 지점에 내가 원하는 부분이 나올지 몰라 감아대는 맛이 있는데, 그걸 걲어보지 못한 건 인생을 다소 심심하게 사는것일테다.



CD가 갈릴 때까지 음악을 들어보지 못한 이들에게도 난 안타까움이 있다. 용돈을 모아 음반샵으로 달려가고, 플라스틱 앨범케이스를 조심스레 가방에 넣어 올 때의 기쁨이란. 앨범커버아트는 요즘엔 그냥 스마트폰 미리보기 화면 정도일 뿐이지. 예전엔 CD케이스에 꽂혀있는 앨범커버를 조심스레 꺼내 가사집도 보고, 트랙리스트도 확인하고, 그러다 투둑 떨어지는 별첨본 평론도 소중히 읽어냈다. 하나의 앨범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의 뿌듯함은 참 근사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물성(物性)이 남지 않는다는 건. 우리에게 음악과 관련된 물성은 뭐가 남았을까. 유튜브뮤직의 자동생성 플레이리스트? 단 한 번에 원하는 구간으로 점프할 수 있는 스마트폰 엑정 터치? 흥이다. 미지근한 소맥을 종이컵에 따라 먹는 정도의 감흥만 남는다.



그래서말인데 종종 다시 앨범을 사모으기로 했다. 혹시 또 아나. 물성의 회복이 메말라버린 내 인성에도 좀 도움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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