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은 긍정적인 방어기제
아직도 “게임은 질병이다”를 주창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식의 논리라면, 이 세상 모든 인간의 일이 질병이다. 우리는 사랑에 과몰입하고, 일에 과몰입하고, 육아에, 운동에, 심지어 자기 계발에조차 과몰입한다. 상처받고 과몰입하는 모든 순간을 ‘병’으로 규정해 버린다면, 인간의 삶 전체가 병리로만 해석될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에 깊이 빠져 있다는 건, 사실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행동 언어에 가깝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니 행동으로 드러나는 신호다. 그 신호를 질병 딱지로 덮어버리면, 정작 당사자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여지를 빼앗게 된다.
몰입은 많은 경우 긍정적인 방어기제다. 인간은 스트레스로 인해 자존감이 일시적으로 낮아지면, 자기 효능감을 되찾을 수 있는 일거리를 본능적으로 찾는다. “나는 아직 쓸모 있다”는 감각을 확인하기 위해, 단기간에 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 무언가에 집중한다. 게임, 취미, 팬덤, 작업… 이 모든 건 극히 자연스러운 자가 치유의 메커니즘이다.
이때 필요한 건, 내 가족과 지인을 환자 취급하며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을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옆을 지켜 주는 일이다. 밥은 같이 먹고, 잠은 잘 자는지 챙기고, 필요한 말을 해 주되, 그 사람의 몰입 자체를 전면 부정하지 않는 태도. 그게 곁을 지킨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별의 시련을 견디는 사람에게 “당신 환자야”라고 하지 않는다. 슬픔을 지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게임에 과몰입한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망가진 존재가 아니라, 나를 치유할 시간이 필요한 사람일 뿐이다.
그러니 “게임은 질병이다”가 아니라, 이렇게 말해야 한다.
“지금, 그 사람에게는 스스로를 버티게 해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우리가 바꿔야 할 건 게임이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는 이 언어와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