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생명과 연결된 절박함이다.
이 무더위가 언제 끝날지...
가을이 올 수 있을지...
어느 날 문득 스치듯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을 만나고 싶다.
올여름을 대비하여 많은 이들이 온갖 다이어트 했을 것이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까지 온갖 매체에서는 다이어트 조장 광고와 유명인을 내세운 다이어트 상품 마케팅으로 열을 올리며 여름을 앞당겼다. 하긴 우리 동네만 하더라도 다이어트 가게가 한두 개가 아니어서 하루가 멀다 하고 다이어트 전단지가 현관문에 붙는다. 그 전단지 떼어낸다고 살이 빠질 지경이다.
그런데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아니고는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간혹 살을 뺀 사람들이 있어서 비법을 물어보면 적게 먹고 운동 꾸준히 했다는 평범한 진리가 전부다. 즉, 다이어트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비법 중의 비법이라는 것이다.
108kg에서 82.98kg으로...
40인치 허리에서 32인치로...
내가 20년 동안 다이어트한 결과다.
가난한 집 아들로 태어났지만 아들 하나라는 이유로 잘 먹었다. 또래 친구들이 습관적으로 한 농사일도 덜했다. 자연스럽게 살이 찔 수밖에 없었다. 뚱뚱하지 않은 나를 본 기억이 없다. 아! 무릎을 심하게 다쳐 수술한 기간에 뼈만 있는 다리를 본 것은 예외다.
시내버스 의자에 앉는데 엉덩이가 잘 들어가지 않았다. 중학생이 키득거리며 비웃었다. 쪽팔렸다. 당장 다이어트 시작했다. 먹는 것 조금 줄이고 운동량을 늘렸다. 살이 쭉쭉 빠졌다. 술은 먹은 것 같다. 하지만 연속적으로 먹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먹은 것 같다. 틈만 나면 움직이고 야식 먹지 않기 위해 일찍 잤다. 그래도 정체기는 왔다. 98kg에서 빠지지 않았다. 지치고 짜증도 났다. 그래서 잠깐 포기했다. 그러다가 이왕 시작한 것 진짜로 안 빠지는지 확인해보고 더 이상 빠지지 않으면 근육이라고 위안하자고 다짐했다. 2주 정도 지나서 다시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96kg, 94kg, 92kg, 90kg, 89kg까지 내렸다. 그리고 체중이 쭉 빠지는 것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빠진다는 것을 알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요요현상을 겪는 것도 정체기를 견디지 못한 결과라는 것도 알았다.
이것이 십 년 전의 다이어트다.
살이 빠져서 외모가 달라진 것도 있지만 가장 큰 변화는 자신감 회복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의 나를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나는 다이어트의 고통을 알기에 평범한 사람이 쉽게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 마음속으로 피식 웃는다. 실패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는 생명을 지키는 절박한 행위다. 멋을 내고 아름다운 몸매를 위한 다이어트가 실패하는 이유가 절박함이 없기 때문이다. 주변의 충고에도 술과 담배를 끊지 못하던 사람이 술과 담배를 끊지 않으면 죽는다는 의사의 말 한마디에 끊는 것과 같은 논리다.
그래서 결심했다. 너희들이 이 힘든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방법은 어릴 적부터 살이 찌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운동하는 습관을 길러 주었고, 인스턴트식품보다 친환경적인 농산물 간식을 같이 먹었다. 첫째 태완이는 엄마 체형이라 괜찮았지만, 둘째 용하는 나를 닮은 체형이라 그래도 통통했다. 용하에게 틈틈이 나의 이야기를 했더니 꾸준히 체중관리를 잘했다. 지금은 둘 다 모델 수준의 체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대견스럽다.
작년 말에(2015)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이런저런 핑계로 방심했더니 98kg까지 올랐었다. 그리고 나이가 드니 혈압도 있어서 혈압 약보다 다이어트를 선택했다. 밥을 절반으로 줄이고 특별한 일 없으면 매일 뒷산과 강변으로 나갔다. 간식도 잘 먹지 않았다. 살이 계단식으로 빠지는 것을 알고 있어서 조급함은 뒤로 미뤘다. 술은 먹었다. 술을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술을 먹을 일이 있을 때만 먹었다.
현재 83kg이다.
진행형이다.
혈압도 안정되었다.
살 빼는 것 어렵다. 고통이다.
이 고통을 겪지 않는 것은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살을 찌우지 않는 것이다. 불규칙한 생활 뒤에는 반드시 건강이 나빠지고 회복하기 위한 다이어트가 뒤따른다. 어떤 이는 이 악순환을 견디지 못하여 건강을 많이 잃고, 어떤 이는 아버지처럼 세상에서 가장 불편하고 거북한 다이어트라는 친구를 얻어야만 한다. 그래도 나는 생활습관을 많이 바꿨다. 그래서 지금까진 요요현상도 없다.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하는 듯하다. 묘한 성취감과 약간의 재미도 생긴 것 같다.
다이어트 부작용인가?
외모를 가꾸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건강한 신체에서 건전한 정신이 깃드는 것은 나의 경험상 맞는 것 같다. 건강을 무너뜨리는 시발은 스트레스겠지만 현상은 비만이다. 건전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다이어트와 멀어져라. 건강관리가 안 되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나도 쉬지 않고 노력할게.
그리고 가끔 술 먹는 날에는 잔소리하지 마라. 다이어트도 쉬어가야 오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