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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Dec 31. 2020

역사를 틀리게 가르쳐도 설민석은 끝나지 않아

미디어는 어떻게 사이비 지식인들 만드는가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의 클레오 파트라 편에서 역사를 오류를 범했다. 이는 역사 전문가의 비판으로 인해 설민석 강사는 사과 영상을 업로드하고 자신의 오류를 인정했다. 설민석 강사가 활동을 시작했던 시기는 2007년 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역사 강사 분야의 투톱은 고종훈과 강민성 강사였다. 그 당시 설민석 강사의 강의 특색이라면 스토리텔링이 뛰어나 재밌는 역사 강의로 소문이 났었다. 그러던 중 설민석 강사가 대중의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무한도전 출연 이후일 것이다. 그 당시 무한도전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고 수많은 사람의 머리에 설민석 강사의 이름 석자가 박히게 되었다. 설민석 강사가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딱딱한 역사를 쉽고 재밌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역사 공부에 대한 효용성은 당연히 있지만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은근 따분한 구석이 있다. 재미없는 역사를 대중에게 쉽고 재밌게 가르치는 설민석 강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누구나 역사를 목숨 걸고 깊이 있게 공부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역사의 기본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현재의 거울로 비추어 볼 수 있을 정도의 지식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그러나, 설민석 강사는 역사의 기본 중의 기본인 사실 부분에서 오류가 났었다. 과거 같으면 설민석 강사의 하차를 요구할 법한데, 대중은 그의 오류가 난 강의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설민석 강사의 석사 논문이 표절 가능성이 높아 그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하였다.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재미가 모든 판단의 기준


 시대가 변한 것을 느낀다. 이미 나도 '라떼 세대'로 들어선 지금 현재와 과거 사이에 큰 격차를 느낀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진리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한 때 유행했던 '펙트체크', '펙폭' 등의 단어에서 보여지는 뉘앙스처럼 어떤 주장에 대한 사실적 근거를 중시했었다. 즉, 옳고 그름, 진실과 거짓과 같이 판단에 대한 기준선을 세우려는 노력들이 보였다. 그리하여, 누군가가 잘못된 정보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하면 대중은 펙트체크를 하며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그 의견에 대해 비판을 했다. 비록, 펙트체크라고 하더라도 자의적인 주장도 많았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진실과 거짓에 대한 판단기준은 존재했다. 하지만, 2018년 말부터 이런 기준은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정치·이슈 유튜버들이 우후죽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사실에 대한 검증 없이 자신의 조회수를 끌어 모으기 위한 콘텐츠를 제작했다. 이들은 초기에 이슈가 되는 사건을 찾아다니며 나름 콘텐츠에 대한 고심을 하지만 팬층이 생기면서 콘텐츠보다 자극적이고 재밌는 방송으로 스타일이 넘어가게 된다. 이런 현상은 모든 유튜브 세상에서 발생한다. 콘텐츠가 나름 중심이 되었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재미가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었다. 재미있으면 살아남게 되고 재미가 없으면 퇴출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가 거짓을 말하더라도 대중에게 재미를 선사한다면 용서가 된다. 오히려 진실을 말하더라도 재미가 없으면 용서는 없다.


설민석 강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


 2000년대 초반에 설민석 강사의 역사적 오류가 있는 강의가 방송되었다면 사회적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판단의 기준이 변화되었고 탈진리 사회가 도래했다. 탈진리 사회의 기준으로 접근하면 설민석 강사의 문제는 없다. 잘못된 것에 사과하고 다시 방송을 하면 된다. 현재 탈진리 사회에서 대중은 '판단중지' 상태에 놓였다. 모든 것이 통용되는 사회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생각하는 힘을 접어두는 것 뿐이다. 유튜브를 열심히 보는 나를 바라보면 생각하려는 노력을 전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유튜브 콘텐츠는 재밌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유튜브가 친근해진 우리 사회가 대가로 지불한 것은 바로 이성적 사고를 멈춘 것이다. 왜냐하면, 유튜브는 생각할 시간을 전혀 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은 비판의식 없이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이런 사회 속에서 우리는 그것이 사실과 거짓의 범위를 넘어서서 오로지 재밌고 듣기 좋은 말만을 수용할 뿐이다. 현재는 참 대중을 호도하게 만들기 좋은 사회다. 어떤 콘텐츠에 대해 왈가왈부하면 그 사람은 쿨하지 못하고 꼰대로 치부해버리면 끝이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표방하여 모든 의견을 맞다고 하는 사회가 민주적 사회인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전제는 다양성을 주장하는 의견이 상향평준화 되었을 때이다. 



설민석들을 만드는 거대한 메트릭스 세계


 대한민국에서 지식인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동안 지식인들이 진정한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오만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식인이라면 사회를 위한 환원을 해야 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안위만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리하여, 지식인들은 상아탑에 갇혀버리며 대중들로부터 외면받게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사이비 지식인들이 나타난다. 바로, 방송에서 아무리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도 대학교 이름을 대대적 홍보의 도구로 이용하고, 대중이 감동받을 말을 편집해서 보여준다. 방송에서 ~대학 출신, 교수,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타이틀을 가지고 방송에서 똥을 싸더라도 대중은 깊은 뜻이 있다고 환호할 것이다. 이제 지식은 학문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가 일반인을 지식인으로 만들어 준다. 전문성이 없어도 지식으로 둔갑하는 미디어의 프레임을 꿰뚫어 보길 바란다. 그렇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의심과 이성적 사고와 판단이 그 기준이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매일 이성적 사고에 대한 문제점만을 배워왔지만 이제는 로고스적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설민석 강사 사건의 교훈이라면 미디어가 프레임으로 만들어 놓은 가상세계에서 논문표절이라는 예기치 않은 돌발사태가 일어나 대한민국 최고 역사 선생님의 가상적 신화가 무너지게 되었다. 미디어는 당연히 모든 책임을 설민석 강사의 개인적 문제로 치부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사이비 지식은 만들어 내는 거대한 미디어 시스템의 문제점을 바라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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