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다 비전> 리뷰
마블 파타피직스(Pataphsics)의 세계로 확장하다
어벤저스 인피니티 사가는 캡틴 아메리카(1940년대 미국의 이상과 도덕성)과 아이언맨(미국의 기술진보와 딜레마)라는 두 개의 큰 기둥으로 스토리를 전개했다. <어벤저스 : 앤드게임>에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하차하면서 마블은 세계관의 변화가 필요했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은 산업화 시기의 영웅으로 현재 디지털 세계의 리더격 영웅으로 어벤저스를 이끌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완다 비전>은 마블이 디지털 세계로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완다 비전>은 웨스트뷰라는 공간에서 가상과 원상(현실) 간의 중첩된 공간이다. 웨스트뷰는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완다의 꿈, 희망, 가상이 덮어 씌어진 공간이기도 하다. 웨스트뷰의 사람들은 실재로 존재하지만 완다가 부여한 가상의 역할을 수행하며 건물, 자동차 등 모든 대상들이 완다의 세상에 걸맞게 외형의 변화를 겪는다. 이처럼 완다가 만든 웨스트뷰는 가상과 현실이 중첩된 공간(파타피직스 공간)이다. 완다가 만들어 놓은 세상은 현재 우리가 모두 경험하고 있는데, VR, AR, 비트코인 등 기술의 진보에 따른 현실과 가상이 경계가 모호한 세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례로, <포켓몬GO>는 증강현실 게임이다. 현실세계를 게임의 무대로 삼고 있으며, 포켓몬들이 길거리에 나타나며, 아이템을 제공하는 포켓스톱, 체육관 등은 현실 건물을 중심으로 배치가 되어있다. 과거 <포켓몬GO> 초기 수많은 사람들이 포켓몬을 잡으려고 속초를 방문했다. 즉, 가상의 포켓몬들을 잡기 위해서 현실의 사람들이 움직인 것이다. 이처럼, 현재 우리가 마주한 디지털 사회는 현실과 가상 간 경계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 <완다 비전>에서 보여준 세상은 현실의 디지털 시대를 전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즉, 마블은 현실과 가상 세계의 무대로 움직있고 있는 것을 전적으로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현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창조된 가상세계 웨스트뷰
완다 막시모프의 삶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잔혹한 세계의 연속이었다. 어린시절 전쟁으로 인해 부모님을 잃고, 울트론에 의해 오빠 피에트로 막시모프(퀵실버)가 죽음을 맞이하고, 타노스는 남자친구 비전을 살해한다. 완다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모두 인공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한 개인이 친분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관계맺는 사람이 한 개인의 기억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과 같다. 가령,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했을 때 마음이 찢어지듯이 아픈 이유는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으로 절대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완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었을 가능성이 높다. 전쟁에서 외상후 스트레스를 겪은 군인들은 망상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참혹한 현실을 직시할 시 몸이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상세계를 만들고 현실로부터 도피를 하는 것이다. 완다 막시모프는 웨스트뷰를 거점 삼아 죽은 비전이 살아 있었다면 행복한 가정을 영위할 수 있는 대안현실을 창조했다. 대안현실 속에서는 완다는 무고한 웨스트뷰의 주민들에게 역할을 부여하며 자신의 세상을 영속시킨다.
모니카 램보 끊임없이 완다의 세계에 돌발사태를 일으키다
완다 막시모프의 삶을 따져보면 대안세상을 만다는 것은 공감이 가지만 현실의 무고한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안세계로 대려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완다의 웨스트뷰는 가짜를 진실로 호도하는 기만과 주민들의 착란이 함께 나타나는 세상이다. 완다는 끊임없이 자신의 대안세상은 위협하는 외부세계의 간섭을 병적으로 파괴시키려고 한다. 그 이유는 오직 대안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것은 ' 돌발사태'다. '돌발사태'란, 현실(리얼리티)가 대안세계로 침입하는 현상이다. 대안세계에 침입한 현실은 바로 모니카 램보다. 모니카 램보는 완다의 거짓 세상에 대해 비판과 설득을 한다. 모니카 램보는 끊임없이 완다의 세상은 거짓이며 현실을 직시하라고 조언한다. 그리하여, 완다는 현실을 직시하며 마녀 아그네스를 물리친다. 그로인해, 자신이 만들어 놓은 대안세계를 직접 파괴하며 비록 가짜였지만 남편인 비전과 사랑하는 쌍둥이의 존재를 지워버린다. 완다는 웨스트뷰 주민들에게 행했던 독재를 인지하며 잘못을 인정한다. 그리고 완다는 아무도 없는 숲속으로 사라진다. 그곳에서 완다는 존재가 사라진 쌍둥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다크매직을 배우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완다가 다시 선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디지털 시대의 독재 속에서
<완다 비전>은 현대 디지털 세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프레이밍(Framing)이라고 칭하면 대안세계와 거짓뉴스를 남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많은 미국 국민들은 판단정지 상태로 만들며 미국이 자랑스럽게 여기던 이성과 도덕의 가치를 제거해 버렸다. 그로인해, 미국은 트럼프 지지자와 반대파로 분열되고 오로지 이분법으로 상대방을 무너트려야 한다는 신념이 자리잡게 되었다. 완다의 웨스트뷰라는 대안세계는 정치에만 머무는 사안이 아니다. 대중은 유튜브와 가짜뉴스를 보며 조작된 현실을 현실로 받아드린다. 이제 대중에게는 진실과 진리 따위는 필요 없다. 오로지 유튜브와 뉴스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면 만족한다. 이런 탈진리 사회에서 대중은 이성과 도덕성에 대한 가치를 등한시하고 오로지 자신의 즐거움만을 극대화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사회 속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완다 막시모프처럼 판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다. 디지털 세상은 우리에게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수많은 거짓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