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나는 믹스커피 Apr 05. 2022

MZ 세대가 모르는 단어

층층시하와 촌지를 모르는 건 좋은 일인가, 안 좋은 일인가.  

대략 95년생과 02년생 사이에 방송작가를 꿈꾸는 학생들과 주말마다 만난다. 

소위 MZ세대의 가장 중심에 있는 세대들이다. 


이들을 만나다보면, 내가 저 나이때 상상도 못할만큼 많은 스펙을 갖고 있지만, 

정작 이런 것도 몰라 하는 것들도 많다. 


1. 층층시하

- 요즘 어린 작가들은 경력에 도움 되는 주말버라이어티를 꺼려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선배 : 유튜브 콘텐츠에서 일하는 3년차 작가가 일도 잘하고 똘똘해서 런닝맨에 막내작가 구인해서

        연결해주려고 했는데, 거절하더라고. 그렇게 선배 많은 곳에 일하기 싫다고. 

나    : 요즘 애들은 층층시하에서 일하는게 경력을 쌓는 것보다 싫은가봐요. 

선배 :  그런가봐, 우리는 층층시하에서 일해본걸 훈장으로 여겼는데.....


이 에피소드를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얘기해주었다. 

돌아온 질문은?


학생 : 선생님 층층시하가 뭐에요?

나    : 뭐라고? 지금 층층시하가 뭐냐고 나에게 묻는 거야? 층층시하가 뭔지 모른다고?


그렇다. 요즘 MZ세대들의 엄마는 층층시하 시집살이를 한 세대가 아니라

이 친구들은 시집살이는 알아도 층층시하는 모르는 것이다. 

엄마가 시할머니, 시부모님, 시누이, 시동생 뒷바라지를 하는 걸 드라마로라도 본 적이 없는 세대 인 것이다. 


"저 집 며느리 층층시하 시집살이 하느라 얼굴이 해골바가지야"

"거기에 시집 가면 층층시하 시집살이 살아야해." 

라는 말을 살면서 멀리 불어오는 바람으로라도 들은 적인 없는 것이다. 



2. 촌지 


- 내가 막내 때 만난 악덕 메인작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 였다. 


나 :  내가 처음 만났던 메인작가는 유명한 빌런이였어요.

        후배들은 엄청 차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심하게 갈궜죠. 

        내가 그 희생자였죠. 매일매일 그만두고 낙향해야 하나 고민을 할때였어요. 

         

       어느날 엄마한테 전화가 왔는데, 내 목소리가 이상한걸 딱 알아채더니

        선배가 괴롭히냐고 하더구요. 이럴 땐 엄마들은 좀 귀신이야.

        자초지종을 듣더니  "그 선배 한테 촌지를 찔러줘. 

         초등학교 때 너 싫어하던 선생한테 내가 촌지 갖다주니까. 태도가 싹 변했던거 기억안나?"

           

          말도 안되는 얘기죠. 나를 싫어하는 직장상사에게 촌지를 준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학생 : 선생님 촌지가 뭐에요?


나 : 뭐라고? 촌지가 뭐냐고 나에게 묻는 거니? 


그렇다. 이 세대는 자기를 괴롭히는 선생님에게 엄마가 촌지를 갖다주지 않아도 되는 

학창시절을 보낸 아이들인 것이다. (대신 왕따나 학교폭력이 더 큰 문제인 세대이기도 하다.)


우리는 초,중,고등학교 동창을 만나면 그때 선생님들에게 촌지를 어떻게 요구했는지

엄마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에피소드만 해도 2시간 정도 떠들수 있다. 



젊은 세대가 '층층시하'나 '촌지'를 모르거나 익숙하게 쓰지 않는 건

좋은 걸까, 안좋은 걸까. 

나도 나보다 윗세대가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 중 아예 모르는 단어가 있을까?

그래도 방송작가가 되겠다는 사람은 저정도 어휘력은 갖추고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어휘력에 민감한 나의 꼰대력만 다시 확인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김로운 얼굴이 재밌는 드라마<내일> 속 방송작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