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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규 Feb 19. 2022

포용과 개방, 공정의 제스처

<특권>이 알려주는 우리시대 엘리트의 지배 방식과 세습

후배 기사를 데스킹 하려면 나도 취재하고 공부해야 한다. 공부가 체질이 아니어서 버겁지만, 가성비 좋은 효과를 낳기도 한다. 


올해 읽은 책 중 최고는 컬럼비아대학 사회학과 교수 칸이 쓴 <특권>이다. 미국 명문사립 세인트폴 고등학교에서 1년간 교사로 일하며 연구한 책인데, 무척 재밌다. 


후반부에 대반전이 숨겨져 있는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이 충격적으로 웃기다. 사회학 책을 읽으며 낄낄 웃은 건 오랜만이다. 칸 교수 자신이 세인트폴 졸업생이고, 교사로 잠입(?)해 추가 취재-연구해서 쓴 책이니 내용이 얼마나 촘촘하고 풍부하겠는가.


“학문적인 용어들 뒤에 숨어 버리는” 책이 아니다. 반대로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떠도는 생각과 말들, 이를테면 불공정-계급의식-불평등-인종과 젠더-엘리트 세습 등을 구체적인 사례로 재밌게 풀어낸 책이다. 

<셜록>의 입시비리 기획 ‘유나와 예지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부정을 저지르고도 반성이나 부끄러움 같은 게 없다. 오히려 그들은 무척 편안하며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살아간다. 그게 참 이상했는데, <특권>을 읽고 이해의 실마리를 찾았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 어떤 문제를 마주해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할 것. 몰라도 아는 척 할 것. 당황하지 말고 쿨하게. 타인을 배제하지 말고 포용할 것, 그래야 촌스럽지 않으니까.’


특권층 교육과 세습의 특징, 강력한 자산은 바로 이런 것이다. 무엇보다 ‘포용과 개방, 공정의 제스처’가 중요하다. 그래야 “특권이 생산되며 계속해서 불평등이 재생산되는 상황에서도 이 세상이 공정한 세상이라 말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많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세인트폴 고교보다 한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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