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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종일 내리겠지

by 박상규

쏟아지는 빗소리에 깨어났다. 아직 캄캄한 새벽이었다. 혹시나 해서 창을 여니, 역시나 길고양이 대갈이가 있다. 밥 달라는 녀석의 울음에 깼는지도 모른다. 녀석에게 사료를 줬다.


비가 쏟아지다 그치길 반복 중이다. 배를 채운 대갈이는 다시 어딘가로 떠났다. 우산을 쓰고 마당으로 나갔다. 낮은 구름이 산을 넘으면서 흩어지더니 다시 뭉쳤다. 바람에선 숲의 냄새가 난다.


지리산 봉우리에 올라 능선을 훓고 지나는 구름 구경하는 걸 좋아했다. 그때 불어오는 바람도 좋았다. 스무 살 무렵엔 그 구름과 바람을 사모했다.


이젠 우산 아래에서 눈앞의 지리산 자락을 보며 바람을 맞는다. 많은 시간이 지났어도 저 구름과 이 바람과 숲의 냄새가 여전히 좋다.


종일 비가 내릴 모양이다. 오랫동안 올라오지 않아 애를 태우던 텃밭의 무순이 드디어 싹을 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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