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인포테인먼트에 대한 다른 접근법
서비스와 소프트웨어가 핵심산업으로 부각된 이후, ‘하드웨어 솔루션은 한계가 왔다’고 말한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절대 아니다’. 특히 자동차업계의 경우 하드웨어의 오랜 품질 노하우는 쉽게 따라잡힐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원가 마인드로 접근하는 하드웨어’는 분명 한계가 왔다. 소프트웨어의 품질에 비해 하드웨어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고 발전 속도도 늦다. 이것은 학창시절의 성적 상승과 비슷한데 50점 -> 80점 올리기는 쉬우나, 80점 -> 90점은 매우 힘들고, 90점 -> 95점은 죽을만큼 힘들고, 95점 -> 100점은 불가능에 가까운 현상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또한 한번 출시되면 소프트웨어같이 업데이트를 할 수도 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서비스 비용도 높게 책정된다.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중국과 비교해보자. 사실 IT분야에서 한국의 하드웨어 기술은 중국보다 분명 좋다. 그런데 과거의 중국 하드웨어는 50점 수준이었다. 50점은 아무리 저렴하게 제공해도 구매하지 않는다. 반면 최근의 중국 하드웨어는 80점 정도의 수준이고 계속 향상되고 있다.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으나 석 달에 한 번정도 리셋을 해 줘야 한다. 한국 하드웨어는 90점 수준으로 매우 훌륭하다.
여기서 비교를 해 보자. 80점 수준의 30만원과, 90점 수준의 100만원이라면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나라면 석달에 한번 리셋하고 30만원으로 구매하겠다. 향상된 품질은 매우 중요하지만, 프리미엄이라는 인지도가 없으면 가격 깡패에게 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하드웨어 원가로 중국을 이길 수 없다.
네이버랩스의 AWAY는 여기에 큰 시사점을 안겨준다. 예상하건데 AWAY의 하드웨어는 자동차업계 기준으로는 70점 정도에 해당할 것이다. 나머지 20점을 서비스와 컨텐츠로 보완하고 있다.
이제 제조업은 서비스를 개발해서 하드웨어에 탑재해야만 한다. 서비스를 개발하지 않더라도 서비스 제공자와 연계한 제품을 개발해야만 한다. 사실 네이버랩스도 이 부분을 알고 있을 것이며, ‘서비스 제휴/제안 문의’ 창구만 열어두고, 하드웨어 제공에 대한 창구는 없다.
문제는 전통적인 제조업의 조직 구조에 있다. 현재 제조업의 의사결정권자들은 “서비스를 통해 돈을 벌어본 사람이 없다.” 그리고 하드웨어의 원가를 절감하여 대량생산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창출된 이윤을 실적으로 증명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이러한 접근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서비스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고 갇혀있는 프레임이 문제다. (하드웨어 원가 절감해서 대량생산으로 몇 억, 몇 십억씩 수익을 창출해 본 입장에서, 서비스 로열티로는 고작 몇 푼 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원천기술을 통한 로열티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 ‘프리미엄’이 없는 하드웨어 기반으로 앞으로의 생존을 논하기에는 분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AWAY는 하드웨어를 팔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차량용 하드웨어를 완성차의 요구사항대로 만들어 내지도 못할 뿐더러 도전해도 엄청난 시행착오를 견뎌내야 한다. 결국 네이버랩스는 서비스와 컨텐츠를 팔겠다는 전략이며, 이는 AWAY 홈페이지의 PARTNER를 눌러본 사람이라면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점차적으로 튜너가 필요한 FM, AM 라디오를 인터넷 방송으로 넣어버리고(또는 API를 공개해 버리고), USB 음악이나 CD를 대체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서버인 N-Drive를 통해 음악을 재생할 수 있으면 지금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를 확 바꿔치기 해 버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훌륭한 전략에도 불구하고 완성차 업계에서 하드웨어 정보나 제어권을 주지 않으면 그냥 평범한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수준으로 머무를 수도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는 제조사에서 만들고, 거기에 네이버의 소프트웨어가 탑재되어 로열티를 받을 수만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 시스템의 가장 근본적인 맹점은 네트워크 연결이다. 기본적으로 AWAY는 네트워트 연결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네트워크 서비스 제공자(SKT, KT, LG U+등)와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까? 로열티가 저렴하면 문제되지 않겠지만, 데이터 요금을 완성차에서 알아서 하라고 던져놓는다면, 이 서비스는 선택받기 어려울 것이고, 더욱이 사용자에게 추가 비용을 지불하라고 한다면 선택할 사람은 극히 적을 수도 있다.
아마도 초기 진입은 현대자동차와 같이 모비스가 굳건히 버티고 있는 국내 완성차 보다는, 데이터 비용도 당연하게 지불하는 프리미엄 세단(BMW, AUDI, BENZ 같은) 브랜드에 대한 한국 수출용 소프트웨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여지껏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수입차의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는 국내에 맞게 조정되지도 않고, 내비게이션도 상용 소프트웨어를 합친 것이라 그 퀄리티가 최악이다.)
자동차 플랫폼을 장악할 수 없는 서비스업 또는 휴대폰 제조사 등은 AWAY가 보여주는 정도의 서비스와 컨텐츠만 제공 가능하다. 그런데 ‘이 정도가 아주 충분'하다. 사람들은 결국 컨텐츠와 서비스의 품질로 향하지, 하드웨어의 품질로 가지 않을 것이다.(하드웨어의 품질은 '당연한'것으로 생각될 뿐)
제조업에서는 서비스와 컨텐츠를 뚫어내기 어렵고, 서비스업에서는 차동차라는 특수환경에서의 하드웨어 제조 노하우와 하드웨어 연동성을 뚫어내기 어렵다. 그러나 개인적인 시각으로, 10년을 바라본다면 서비스업이 이길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하드웨어의 품질”은 그냥 기본이고, 서비스와 외관디자인의 퀄리티로 “만족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인지해야만 한다.
정확히 앞으로 3년 동안, 기존의 제조업은 무제한에 가까운 네트워크를 통해 컨텐츠와 서비스를 스스로 제공하거나 제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드웨어 제조로 원가 압박에 시달리면서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장악 당해서 완성차에 대한 Tier1(1차 공급자)이 아니라 Tier 1.5(하드웨어만 1차이고 소프트웨어 2차) 수준으로 내려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만일 의사결정권자라면, 단기적으로 서비스 제휴를 맺어 인포테인먼트에 탑재하고, 중기적으로는 회사내 또는 분사하여 서비스 컨텐츠를 개발하고 제휴하는 부서를 만든 뒤, 장기적으로는 서비스/컨텐츠 플랫폼을 구축할 것 같다. (뭐 말은 쉽지만 겁내 어려운 일이다) 물론 하드웨어는 꾸준히 향상시키면서.
이 글이...
플랫폼의 중요성을 입으로 떠들어 대면서, 전략도 없고,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플랫폼이 위력을 발휘할 때까지 꾸준히 기다리지도 못하는 현실에 경종으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