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플라스
1950년 7월
내게 있어, 현재는 영원이고, 영원은 무상하게 그 모습을 바꾸며,
처연히 흘러가다가는 형체 없이 녹아내린다.
찰나의 순간은 삶 그 자체.
순간이 사라지면 삶도 죽는다.
그러나 매 순간 인생을 새로 시작할 수는 없으니, 기왕 죽어버린 시간들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소설 한 편, 그림 한 점이 어느 정도 과거의 감회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으론 충분치가 못하다, 아니 턱없이 모자란다.
실존하는 것은 현재뿐인데, 벌써부터 나는 수백 년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숨이 막힌다.
백 년 전에도 어느 여자아이가 지금 나처럼 살아 있었겠지.
그러다 죽어갔으리라. 지금은 내가 현재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흐르면 나 또한 사라지리라는 것을 안다.
절정에 이르는 찰나, 태어나자마자 사라지는 찬란한 섬광,
쉼없이 물에 밀려 흘러가는 모래.
그렇지만 나는 죽고 싶지가 않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