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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Dec 07. 2021

설레는 크리스마스이브. 그 다음날은?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꽉 채워진 시간이 되기를

크리스마스는 정말이지 마법 같은 힘이 있다. 


1년에 오직 하루뿐인 이 기념일의 분위기를 벌써 거의 2주 전부터 즐기는 중이다. 매년 듣는 크리스마스 캐럴은 똑같다. 캐럴은 최신 버전보다 클래식한 버전이 최고다. 작년과 같은 데코레이션으로 똑같이 집을 장식해도,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다. 지루하기보다는 포근하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가도, 이 시기 덕분에 잠시나마 레트로에 취해 쉬어가는 느낌마저 든다. 


넷플릭스에 새로 업데이트된 크리스마스 시즌 영화들을 둘러보며, 남편에게 말했다.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네. 영화들도 다 색감이 화려하네.”

“크리스마스 전까지만 그렇지 뭐. 막상 크리스마스가 되면 조용하잖아.”


피식 웃으며 최근의 크리스마스를 돌이켜보니, 남편의 말을 부정할 수도 없었다. 가장 화려한 순간은 크리스마스이브의 저녁 식사다. 한 달 내내 온 세상이 요란하게 기다리던 그날의 전 날이 클라이맥스다. 느긋하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아침은 내가 그렇게 기다려오던 바로 그날이 맞나 싶을 때도 있었다. 특히, 눈 하나 없는 풍경을 맞이하고 있다면 말이다. 이 날을 위해 캐럴도 영화도 많이 듣고 봤는데, 바로 그날에도 여전히 캐럴을 듣고 영화를 보기에는 뭔가 아쉽다. 그렇게 뭔가 채워질 부분을 남겨두고 마무리되는 크리스마스를 많이 보냈던 것 같았다. 


산타한테 선물 받는 날도 아니면서 크리스마스를 그렇게 고대하면서도, 막상 크리스마스 당일을 위한 계획은 왜 없었을까? 기다리는 데에만 왜 그렇게 설레었을까? 왜 크리스마스를 기다렸을까? 크리스마스에 바라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종종 큰 꿈을 품어보곤 했었다. 종이에 꾹꾹 눌러써 보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과 계획이 필요한지 생각해보기도 했었다. 나름 실천해 본 지 며칠이 지났을까. 헛되어 보이는 그 꿈이 실제로 정말로 이루어진다면, 그 이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스스로 꿈이 너무 크다고 느껴서 그랬는지, 꿈을 이룬 상황이 나에게 맞는 옷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계획은 세울 줄 알았다. 그런데 이룬 후의 나는 그냥 행복하다고 느끼기만 하면 되는 것인지, 이루면 정말 행복하기는 할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인지, 한도 끝도 없는 꿈을 이룬 ‘그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큰 꿈은 곧 없던 일로 변해 버리기도 했다. 


마치, 크리스마스가 ‘이루고 싶은 커다란 꿈’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막상 이룬 후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꿈. 그리고 다가올 내년도 크리스마스처럼 느껴질까 봐 무서워졌다. 내년에는 무엇인가 변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설레며,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에만 흠뻑 젖어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이브의 화려한 저녁 식사와 함께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어떻게 보내야 할지 촘촘하게 계획을 세워야 할까? 계획이 더 많을수록 좋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까지 경험해 온 크리스마스가 있는데 갑자기 드라마틱하게 바뀔 리도 없다. 


다만,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허한 느낌은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채울 여지를 많이 남기고 마무리하는 크리스마스이기보다는, 잔잔하고 조용해도 꽉 채웠다는 느낌으로 크리스마스이브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보내고 싶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결국엔 내 것이 된 '이루고 싶은 커다란 꿈'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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