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칭 영화 - 00번째 필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스크린 외에는 온통 어둠이었던 극장에 다시 불이 들어오는 순간
관객들은 영화가 이제 끝이 났다는 것을 알고 극장 밖으로 빠져나온다.
그런데 어떤 영화들은 극장을 나오는 순간에도 끝나지가 않는다.
그 영화들은 극장 밖까지 따라오고, 같이 걷고, 문득 문득 생각이 나고, 꿈까지 찾아오면서
다시 재생되고, 새롭게 비틀리고, 겪어보지 않은 어떤 감정을 마치 내가 겪은 것처럼 묻히곤 한다.
그러니까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 어떤 세계가 시작되었고 그 세계는 영화의 상영이 끝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그 세계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실존하는 세계여서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스크린에는 보이지 않았던 이야기가 궁금해지곤 했다. 아무도 말을 해주지 않아서 상상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의 형식을 빌려 만들었다.
'1인칭 영화'는 영화를 극중 한 인물의 일인칭 시점으로 다시 읽는다.
그 인물은 아주 잠시 스쳐간 인물일수도 있고, 주인공과 관계된 인물일 수도 있고, 극에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일수도 있고, 인물이 아닐 수도 있다. 그 인물의 시점을 상상한 사람의 시점이기 때문에 객관적일 수는 없을 것이고 그 인물에 애정이 있었던 사람의 시점이라서 편애는 묻어있을 것이다.
필름은 끝났지만 세계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을, 그 안의 인물들을 붙잡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