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게임이 참 많지만 그 중에 제일은 파이널 판타지
Final Fantasy V는 1992년 일본의 스퀘어 사에서 제작한 JRPG이다. 동료를 만나고, 몬스터와의 전투를 통해 레벨업을 하고, 모험을 하며 다양한 이벤트를 겪다가 세상을 구하는 게 당시의 롤플레잉 게임(RPG)이었다. 롤플레잉은 다시 울티마로 대표되는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플레이어가 마음대로 모험을 구성하는 서양식 RPG와 자유도를 제한하는 대신에 치밀한 스토리로 감동을 더해주는 JRPG (Japan RPG의 약자) 두 종류로 나뉜다.
오늘 이야기할 파이널 판타지는 드래곤 퀘스트와 함께 JRPG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1990년에 발매된 드래곤퀘스트4는 당시 일본에서 신드롬을 일으켜서 요즘의 아이폰처럼 구매 전날부터 밤을 새서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이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매장줄이 길건너까지 이어진 당시의 사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못 찾았다)
당시의 나는 판타지 소설을 좋아해서 로도스도 전기나 드래곤 라자를 재밌게 읽었지만, 당시 국민적으로 유행하던 격투 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액션게임에 비해 다소 지루한 RPG는 좋아하지 않는 편이였다. 그런데 때마침 파이널 판타지 V와 같은 시기에 창간을 한 게임챔프라는 잡지사에서 마케팅의 일환으로 대대적으로 파이널 판타지를 함께 홍보하고 이 전략이 먹혀 들어서 파이널 판타지는 당시 게이머들 사이에 대유행하게 된다. 그래서 어찌하다 보니 발매일이 좀 지나 이 게임이 내 손에 들어왔다.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었기 때문에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일단 게임팩과 메뉴얼의 디자인은 대단히 훌륭했다.
그리고 전원을 켰을 때 나오는 오프닝 영상과 음악은 그것만으로 이미 게임의 제목처럼 환상적이었다.
오프닝 영상. 글을 위해 직접 캡쳐했다. 추억 때문이겠지만 지금 봐도 연출이 너무 훌륭하다.
높은 완성도, 훌륭한 스토리, 슈퍼컴보이라는 높은 연산능력을 가진 하드웨어를 이용한 다양한 연출들은 약 40시간 정도 게임을 했던 나에게 커다란 행복감을 선사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 게임은 여러가지 외부 여건으로 인해 다소 불행했던 10대의 나에게 좋은 도피처가 되었다. 별 거 아닌 이 게임에서 당시의 나는 삶의 의미를 찾고, 덜 불행할 수 있었다.
지금의 삶은 충분히 행복하지만 또 무엇이 나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그리고 개발자로서 내가 만들어내는 무언가가 멀리 떨어진 곳의 다른 사람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날이다.
잠쉬 쉬면서 책 없는 책꽂이 한켠을 바라보면 여전히 그 때의 추억과 감정이 살아난다. 소소하게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