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 백패킹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 끝자락에 산으로 백패킹을 다녀왔습니다.
이젠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도 불고 아침 출근길에 긴팔 옷을 입을지
반팔 옷을 입을지 약간 고민도 되는 선선한 계절입니다.
언젠가 TV에서 김영하 작가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작가는 말을 수집하는 사람이라고,
오토캠핑을 하는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백패커는 풍경을 수집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풍경 수집가
힘들게 산으로 오르고 땀을 흘리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에게 있어서 계속해서
문밖으로 나가게 하는 힘은 풍경 수집입니다.
이번에 찾은 곳은 여러 가지로 검색를 해도 정확한 장소 정보가 나오지 않아서
출발하기 전까지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장소입니다.
그래서 가려던 위치에 다른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정확한 박지 정보도 없이 올라온 산에서 약간의 '알바'를 해서 겨우 겨우 사진에서 봤던
박지를 찾아냈으나 이미 그곳은 다른 분들이 선점한 뒤였습니다.
오늘의 저의 텐풍 수집은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멋진 풍경을 눈으로 담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흐릿하지만 처음으로 은하수도 사진에 담았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어디에선가 dslr카메라와 1미터는 넘어 보이는 큰 삼각대를 든 진사님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납니다.
'은하수 찍으려면 노출은 어떻게 맞춰야 되나요? ios는 요?'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거는 일이 거의 없지만, 밤이 내리고 앞뒤 분간이 안 되는
상황이어서 얼굴에 철판을 깔 필요도 없이 꼬치꼬치 캐물어 사진 하나를 건집니다.
텐풍 수집에는 실패했지만 처음으로 찍은 흐릿한 은하수 사진 하나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특별히 하는 것은 없지만, 또 반대로 할게 너무나 많은 산에서의 시간.
진사님들은 어찌나 부지런하신지.
새벽 3시부터 일출을 기다리며 수다를 떨어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일출 한 시간 전부터 운해를 넘어 올라오는 따뜻한 일출을 맞이 합니다.
산에서 보는 일출은 언제 봐도 장관입니다.
비록 원했던 장소에서의 비박은 아니었지만 멋진 일출과 오랜만에 보는 운해,
그리고 처음으로 담은 은하수로 위로를 하면서 또 다음을 기약합니다.
'다음에 저 장소로 다시 올까?'
'아니요 우린 또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겠죠'
'우리 같은 백패커는 풍경을 수집하는 사람이니까'
LNT : Leave No Tr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