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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가 Aug 15. 2023

공유 자동차를 탈수록 더 내 차를 갖고 싶어지는 이유


운전면허를 따놓고도 무서워서 17년 동안 묵혀 놓은 내가 차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다니, 나조차 이 생각이 믿기지 않는다. 운전에 대한 두려움을 일단 치워놓고 물질적인 부분만 생각해 봐도, 차는 아주 고물이 아닌 이상 중고여도 천만 원이 넘기 일쑤이고 그런 큰돈을 쓰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자동차 대출을 받는다고 하면 할부 원금에 높은 이자를 내야 하며... 어디 차값뿐인가, 보험료, 수리비, 범칙금, 무엇보다 주유비까지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라고 귀에 못이 박이게 들어왔다. 차를 사지 말고 필요할 때마다 택시를 타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고도 했다. 다 자차 굴리는 사람들이 했던 말이다. 


예전에는 이런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리며 '역시 내 주제에 차는 무리지.' 생각했는데, 가만... 그러고 보면 자기들은 다 차를 이미 타고 있으면서 왜 그렇게 나쁜 점만 말해준 거지? 싶기도 하다. 그렇게 힘들면 안 타면 되잖아. 그러니까 이런 말들은 그 단점과 비용을 상쇄하면서까지 차를 타는 이점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쏘카를 3개월 타다 보니...


쏘카나 그린카는 좋았다. 다양한 차를 타볼 수 있으니 필요에 따라, 기분에 따라 마음에 드는 차를 골라 탈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공유 자동차가 잘 되어 있다고 한들 남이 탔던 차를 타는 게 좋기만 한 경험이 아니었다. 차 외부가 더러운 경우뿐 아니라 외부는 괜찮아서 안심했대도 내부에 쓰레기가 많다던지 흙이 잔뜩 뭍어 있다든지 이상한 냄새가 배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전 사용자가 주유를 해놓지 않고 가서 기름이 바닥나 운행이 불가능했던 적도 있다. 그날 다행히 다른 공유 자동차를 빨리 찾아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하루 일정을 몽땅 망칠 뻔했다. 조금 더 아슬아슬하게는 브레이크가 어딘지 모르게 밀린다든지 바퀴가 지나치게 미끄럽다든지 안전에 의심이 가는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게다가 차를 빌리는 과정은 어찌나 번거로운지, 시간에 맞추어 예약하고 그 차가 있는 곳까지 이동하고, 이동해서 차의 모든 부위를 사진 찍어 업체에 보내야 하고, 이상이 있으면 고지를 해야 한다. 그 과정을 소홀히하면 내가 덤탱이를 쓸 수 있다. 추운 겨울날 야외에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자동차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가끔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을 때가 많았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초보 딱지까지 붙이고서야 비로소 차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거기서도 차마다 기능이 달라 익혀야 하고 시트도 조정하고 운전대 위치도 조정해야 하고 뭐가 많다. 모든 것을 다 내 몸에 맞추어 변경해야 그 후에 출발할 수 있다. 게다가 반납 시간이 가까이 오면 어찌나 마음이 두근두근 쫄리는지! 반납 시간을 연장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해서 나가는 추가 비용은 할인도 되지 않아 더 비싸다. 그마저도 무한정 연장할 수 없고 한계가 있다. 



자동차의 매력을 알수록 더욱 내 차를 갖고 싶어


그러니 매번 이 모든 번거로움이 없는 나만의 차가 얼마나 갖고 싶어지냔 말이다. 운전의 편리함을, 차의 안락함을 알아갈수록 더 내 차를 갖고 싶었다. 우리 집 앞에 내 차가 딱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그저 몇 걸음 걸어서 내가 세팅한 그대로인 차에 쏙 들어가는 건 얼마나 편할까! 그래서 다들 차를 사는구나. 그렇구나. 


비상금 통장을 박박 뒤져 가진 돈을 셈해 보았다. 여윳돈이 조금 있었다. 평소 외주 일을 하면서 조금씩 모아둔 비상금에 브런치북출판프로젝트 대상 상금으로 받은 돈이 남아 있었다. 목돈 쓸 때를 대비해 남겨 두었는데, 당시에는 집을 옮기거나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하면 보탤 요량이었다. 하지만 차는 지금이 아니면 영영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운전도 배웠고, 쏘카도 충분히 탔고 그리고 지금 이렇게 마음 먹은 때가 아니면 나는 평생 차를 가질 수 없을 것 같아. 그러니 이걸로 차를 사자. 그래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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