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장애인 마로니에 8인 / 김진수
'마로니에 8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10년 전 같은 이유로 뭉친 이 8명은 입을 모아 자유를 말했다.
이들은 자유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살아왔던 시간은 인간의 존엄을 무시 당한 채 숨이 붙어 있어 마지 못해 사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8명은 탈시설 투쟁을 시작했다. 스스로 자기 결정권을 누리며 사회 구성원이 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시설을 떠난 뒤 서울시를 상대로 이어진 62일간의 노숙 투쟁. 휠체어에 앉아 오랜 시간을 견디고, 불편한 잠자리와 소음·더위를 이겨 내야 하는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장애인 시설에서 무시당하고 고통 받았던 시간보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첫 경험이 소중하고 행복했다고 했다.
사회의 일원으로 산 지 이제 만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렇게 독립한 이들이 말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장애로 가족과 이별... 탈시설 운동가가 되다
김진수 / 70세, 지체장애
김진수씨는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이다. 시설 장애인들이 자신처럼 탈시설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10년 전 시설을 나오며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그 꿈꾸던 삶을 꾸준히 실현하는 중이다.
진수씨는 33살에 결혼해 두 딸을 둔 가장이었다. 유원지 수영장으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사고로 목뼈가 부러져 38살에 장애인이 되었다. 병원 입원 기간 동안 모아둔 재산을 소진하게 되었고 살던 집도 처분했다. 전세를 얻어 생활하던 중 짐을 싸 집을 나왔다. 딸들에게 "아버지 병원 갔다가 다 나아서 꽃피면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홀로 살이를 시작했다.
혼자 사는 생활은 쉽지 않았다. 욕창이 심해져 피부이식 수술을 하기도 했고 대소변도 엎드려 해결해야 했다. 결국 혼자 사는 생활을 포기하고 시설을 선택했다. "나 좀 데려가 달라"고 직접 전화를 걸어 입소를 결심했다.
진수씨의 삶은 사고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같은 장애인들의 인권과 자립을 위해 인생을 바치고 있다. 장애인 등급제 완전 폐지, 부양의무자 진짜 폐지, 수용시설 완전 폐지를 목표로 싸우고 있다. 진수씨의 구체적 목표는 복지부 예산을 확충하고 체험홈을 늘려 탈시설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게 돕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