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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Sep 07. 2020

퇴사하고 브랜드나 만들어볼까?

소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하다고?

꼭 갖고 싶은 가방이 있다. 우선 소재는 가죽이어야 한다. 가죽은 캔버스나 나일론보다 돈을 더 쓴 느낌이기 때문(?)이다. 너무 빛나는 광은 탈락, 여기 좀 봐주세요! 하는 느낌이라 싫다. 사이즈는 13인치 노트북이 딱 들어가는 크기. 내 노트북은 13인치인데 굳이 15인치까지 수납되는 큰 사이즈는 싫다. 가로로 들어가도 좋고 세로로 들어가도 좋고. 세로로 수납이 된다면 어깨에 딱 멜 수 있는 숄더백이 딱이고, 가로라면 손잡이가 달려 토트백으로도 되고, 크로스로도 되는 2way면 안성맞춤이다.  


하루 종일 밖에 있다 보면 필요한 물건이 많다. 화장도 고쳐야 되고 양치도 해야 되고 갑자기 비가 오면 우산도 써야 하고. 파우치도, 칫솔치약도, 우산도, 노트북 충전기도, 마우스도, 수첩도, 필통도, 보조배터리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도 필요하다. 명함을 빠르게 꺼내야 하는데, 못 찾아서 뒤적거리는 그 10초가 얼마나 어색한지. 넣어야 하는 물건은 많지만 절대 눈에 띄지 않게 수납이 되어야 한다. 간지가 안 나니까. 게다가 이걸 다 넣어도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는 무게의 가방이라면, 얼마가 되든 사고야 말 것이다. (는 뻥. 30만 원 이상이면 조금 곤란하다)


이 가방이 필요한 이유는 주로 외부에서 업무를 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카페에서 업무를 보기 때문에, 사무직은 사무실에 두고 다니는 물건을 이고 지고 다녀야 한다. 그렇기에 노트북은 꼭! 꼭 들어가야 한다. 수납공간이 많고, 가볍고, 무엇보다 예쁜 가죽 가방을 찾지 못해 2년이 넘는 동안 겨우 산 가방이 2개뿐이다. 그것도 마음에 쏙 들지는 않는다. 하나는 노트북이 빼꼼 나오고 하나는 꽤 무겁기 때문이다. 찾다 찾다 지쳐 "내가 만들어볼까?”에 이르게 되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런 가방이 필요한 사람이 많은 거다.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평일 낮에도 콘센트 옆자리는 이미 딴 사람 차지일 때가 많다. "이거 되겠는데?"

결국 ‘퇴사하고 브랜드나 만들어볼까?’하는 상상까지 이르게 되었다.


자 가방 브랜드를 만든다? 그럼 뭐부터 해야 할까.  

일단 이름을 만들어야 하고, 로고 디자인도 맡겨야 하고,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고, 등등. 생각만 해도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몇 백개의 기업과 만나 이야기도 나누어보고 일도 같이 해본 나는 알고 있다. 브랜드라는 단어 하나에는 엄청나게 많은 뒷이야기가 숨어있다는 것을. 절대 '브랜드나 만들어볼까?'하는 마음만으로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을.


아주 단순하게 4가지 정도의 일로 정리해본다면,

1. 제품을 만든다.

2. 촬영하고 상세페이지를 만든다.

3. 홍보한다.

4. 배송하고 이외 기타 문의사항 등등 어쩌고를 한다. 일 것이다.


일단 1번부터 4번까지 그리고 또 곳곳에 드는 비용까지 얼마나 들지 계산기를 두들겨봤다. 샘플 하나를 만들더라도 다 돈이다. 사진 촬영을 맡기는 것도 로고 디자인을 맡기는 것도 다 돈. 눈은 높고 까다로워서 원하는 퀄리티를 찾다 보면 예산은 갈수록 늘어나겠지. 그럼 이 많은 돈은 어디서 구할까? 안 팔리면 남은 재고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웹사이트 다 만들었는데 한 명도 안 사면 어떡하지? 어디서 어떻게 팔지? 막막했다. 여기까지는 그래.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니까 몸을 부딪혀가면서 배워야겠지 싶었다. 어느 정도 구체적인 상상을 해보고 나서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 봤다. “음.. 이 돈으로는 안 되겠군”  

결국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펀딩이었다.  


그렇게 많은 브랜드를 만나 펀딩 하자고 꼬셔놓고 난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진짜 내가 브랜드를 만들 상상을 해보니 펀딩만 한 게 없는 거다(!) 많은 재고를 떠안을 필요 없이, 샘플만 있는 채로 사진을 찍어 상세페이지를 만들면 되고, 샘플 상태로 펀딩(주문)을 받을 수 있고, 3개월 이내에만 배송하면 되니 딱 펀딩 받은 수량만 만들면 되고. 또 시작하는 기업의 팬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펀딩이 잘 되면 입점 채널도 확장할 수 있고, 자사몰 회원가입도 유도할 수 있고.


실제로 나와 함께 진행했던 제누이오라는 브랜드의 스니커즈 프로젝트는, 4월에 펀딩을 시작해서 5월 말에 배송이 시작되어 7월 말이 돼서야 배송이 끝났다. 이탈리아에서 제작하는 신발로 코로나가 겹쳐 배송이 계획보다 더 늦어졌다. 하지만 제누이오는 꼬박꼬박 소식을 알릴 수 있는 게시판인 새소식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문자를 보내 안내했다. 배송이 모두 완료된 지금, 무려 2000명에 가까운 사람이 앵콜을 신청했고, 400명이 넘게 남긴 리뷰는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7점이다. 제누이오는 만족도 평가를 남겨 주시는 서포터에게 자사몰 적립금 10000원을 주는 후기 이벤트도 했기 때문에 자사몰 회원도 약 400명 가까이 늘었을 테고, 추가 구매도 이뤄졌을 테다.


앵무새처럼 “펀딩이 얼마나 좋냐면요~”라고 매일 떠들어댔는데 정작 그 이유를 나조차도 새기지 않고 있었던 거다. 상상해보니까 진짜 좋네! 펀딩 최고..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를 꼬시러 다녀야지.

저랑 같이 펀딩 합시다!





저는 국내 최대 규모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프로젝트 디렉터(PD)로 일합니다.

잠재력 있는 기업을 발굴하여 와디즈에서 성공사례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와디즈 내 전체 펀딩액 2위, 패션잡화 펀딩액 1위인 18억을 기록한 프로젝트를 디렉팅 했습니다.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61505

18년 2월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317개의 프로젝트의 평균 펀딩액 3천만 원, 누적 펀딩액 90억을 만들었습니다.


저와 함께 와디즈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고 싶으신 분은 아래 메일로 연락 주세요 :-)

suhyeon.choi@wadiz.kr *현재는 퇴사했습니다..


(추신. 창업할 생각 1도 없음..

현재 퇴사할 생각 없음...제목 어그로 죄송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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