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제품이 잘 되는 이유는 트렌드 때문이 아니다.
"요즘 친환경이 트렌드라는데 친환경 제품은 잘 되나요?"
"하나 사면 하나 기부하는 컨셉인데, 잘 된 사례가 있을까요?"
"비건 제품은 요새 어떤가요?"
재작년엔 기부였고, 작년과 올해는 친환경과 비건이다. 앞에 단어만 바꾸면 매번 듣는 질문이다. 기부와 친환경 모두 좋은 취지이다 보니 이런 흐름이 계속 확산되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기부를 하는 기업이라는 이유로, 친환경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언가를 사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나 하나 살기 팍팍한데 나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일에 지갑을 여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있기야 있겠지만 아직은 얼리어답터 단계라고 생각한다. 친환경 제품인지 아닌지 따지고 사는 얼리어답터 소비자는, “친환경이 요즘 대세라고 해서요”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얕은 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차리기에 소비에 더욱 깐깐하고, 대중의 마음은 트렌드보다 한 발 뒤에 있어 지갑을 열지 않는다.
트렌드는 “사상이나 행동 또는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이라는 뜻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흐름을 알아챌 필요가 있는 건 맞지만 맹목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제품이 잘 되는 이유는 절대 트렌드라는 그 한 가지 이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는 대체 왜 잘 되는 걸까? 정답은 없지만, 3년간 수백 개 제품의 흥망성쇠를 옆에서 지켜본 나의 지금 생각은 이렇다. 일단은 당장 필요한 물건이거나, 평소의 불편을 해결한 제품이거나 정말 트렌드를 잘 탄 제품이라면 혹할 수 있다. 그다음에는 제품 퀄리티야 당연한 거고, “이 퀄리티에 이 정도 가격이면 괜찮겠는데?”하는 가격이어야 하며, 무엇보다 사람들이 좋아하도록 마케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제품을 만들지에 대한 기획부터 쉽지 않을뿐더러 제품 퀄리티에 신경 쓰다 보면 가격은 도저히 낮추기가 어렵고, 가격을 낮추다 보면 퀄리티는 떨어지기 마련이고, 그렇게 만드는데 집중하다 보면 이 제품을 좋아할 만한 사람을 찾는데 쓸 힘이 쭉 빠져버린다. 다 잘 만들어도 상세페이지가 매력적이지 않거나 홍보를 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 외에도 돈 관리, 사람 관리, 배송 관리, 등 신경 써야 하는 문제는 한두 개가 아니다.
이렇듯 제품 하나를 만들어 파는 데에는 여러 가지 합이 잘 맞아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을까 말까 한 문제다. 요즘 트렌드라는 1가지 이유만으로 성공이 가능할지 묻는 질문은 이제 그만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