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 사업자 등록, 비상주사무실 계약
책이 나오기 전에 출판사 등록과 사업자 등록부터 마쳤다. 성향상 이렇게라도 미리 하지 않으면 계속 미루다 그냥 책 만드는 것도 접을 것 같아서.
출판사를 만드는 것은 쉽고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쓰고 싶은 출판사 이름과 사무실로 쓸 공간을 정하고, 그 이름으로 출판사 신고증을 작성하고, 면허세를 내면 된다.
허가제이기 때문에 출판사를 만들겠어요! 라고 나라에 등록만 하는 것이다. 등록이 완료되면 발급받은 출판사 신고증을 가지고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 신고를 한다.
이것도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너무나 간단해서 내가 1인 사업자 대표가 되었다는 사실도 별 실감이 들지 않았다.
처음에 사업장 주소를 자택으로 했다. 1인 출판사의 경우 거주하는 집 주소지를 출판사 주소로 많이 이용하기에 나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아 집 주소로 등록을 했다.
그러나, 출판사 등록만 하고 한 달이 조금 넘게 지났을 무렵, 낯선 곳에서 편지가 날아왔다. 지방 어느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분이 자신의 책을 내고 싶다며
간곡히 손글씨로 적은 편지였다. 아니, 책을 출간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주소를 알고 편지를 보낸 거지?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어떤 경로로 검색을 했는지 알 순 없지만,
내 집이자 출판사인 공간이 잘못하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이 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생겨버렸다. 이대로 책을 냈으면 큰일날 뻔 했다.
책이 너무 재미없어서 항의를 하거나 반품을 하고 싶다며 택배를 보내든 찾아올 수도 있는 것이고, 투고를 하고 싶은 분이 계속해서 우편을 보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집이 아닌 정식 사옥이나 사무실이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당장 내가 필요한 것은 집 주소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주소였다. 그런 사람을 위해 다행스럽게도 ‘비상주사무실’이 있었다. 항상 상주할 필요가 없고, 주소지만 필요했던 나는 당장 적당한 비상주사무실 서비스 업체에 문의를 해 계약서를 작성했다. 모든 건 카톡으로 이루어졌고 비대면 사인으로 계약서를 전송해 일사천리, 저렴한 비용으로 1년치 주소를 얻을 수 있었다. 필요할 때만 가서 그 사무실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했기에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평소에도 가끔 그 업체가 운영하는 공유오피스 겸 스터디카페에 가서 작업이나 공부를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편은 이제 그 사무실로 도착하게 되어서 안심이 됐다.
사무실을 계약하고도 불안은 이어졌다. 혹시 비상주사무실이라고 주소 정정 신고가 반려가 되면 어떡하지? 대부분 가능하다고 광고는 하지만 막상 1년치 비용은 냈는데 반려가 되고 환불이 안되면 몇십만원이 날아가버리는데… 다행히 사업자 주소 정정은 하루만에 반영이 되었고 출판사 주소는 3일 안에 정정이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비로소 내 출판사는 어느 공유오피스의 1평짜리 공간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기분이 묘했다. 가끔 가서 작업을 하거나 공부를 하던 공간이 내 출판사의 공식 주소가 될 줄이야. 아무리 1평짜리 비상주 사무실이라고 해도 서류상으로 등록이 되자 그 공간에 애착이 생겼다. 주로 작업하는 공간은 집이지만 그 공간이 사라지면 안되니까, 정기권을 등록하고 이용할 예정이다.
주로 내가 쓴 글을 어떻게든 세상에 꺼내놓기 위해 만든, 아주 아주 소규모 1인 출판사이기 때문에 내가 가는 곳 어디든 그곳이 곧 나의 사무실이 된다.
현실적으로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울 뿐더러 그만큼의 수익을 낼지 조차 알 수 없어 아직은 지금의 규모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황당한 투고 우편을 받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제야 주소를 정하자 출판사를 정식으로 시작하는 느낌이다.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곳에서, 쓰고 싶은 글에 집중하고 책을 만드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그 어디라도 나의 작고 소중한 출판사 작업실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