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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우 Nov 08. 2016

당신의 공연은 안녕하십니까?-브랜드 연상

내 마음과 다른 당신에게...


122, 20,000, 60

대학로를 나타내는 숫자.

공연장 122개, 20,000석, 객석 점유율 60%

좀 더 와 닿게 말하자면 회당 평균 98명의 관객이 당신 공연을 찾아야 한다.

98명. 별거 아니게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소극장 공연을 해봤다면 얼마나 큰 수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

98명은커녕 관객이 없어 공연을 올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분장까지 마친 배우에게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고민하는 기획사가 즐비하다. 반면에 좌석이 모자라 통로까지 내주며, 분장을 지우는 배우에게 무슨 말로 추가 공연을 부탁할지 고민하는 기획사도 제법 된다. 부익부 빈익빈. 어디든 통용되는 진리인가 보다.


당신의 공연은 안녕하십니까?

다음은 관객이 선호하는 연극의 형태를 조사한 표이다. (음영처리가 된 부분이 선호하는 형태)

선호하는 연극의 형태 <출처: 연극공연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한 관람문화 실태조사,서민수>

당신의 공연 형태는 어디쯤에 자리하고 있는가? 다시 질문해보자.

관객은 당신 공연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는가? 그리고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대답할 수 없다면 아마도 회당 98명의 관객은 이상적인 숫자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위의  표로 통계적인 고찰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관객이 웃기는 것을 선호한다고 하여 진지한 공연을 보는 관객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굳이 만들 필요도 없다.

문제는 당신이 의도한 대로 관객은 떠올리냐는 것이다. 

표현방식이 웃기는 공연이라면 관객은 공연을 보기 전에 이미 '웃기는' 무언가를 떠올려야 한다.

물론 그런 공연을 접할 때 '웃기는'만을 떠올리지 않는다. 재미있는 줄거리, 재치 있는 슬로건과 같은 것도 있는 반면에 좁은 로비, 티켓 부스 앞에 길게 늘어진 줄 때로는 공연장 옆 커피가 맛있는 카페 따위의 공연과 크게 상관없는 것을 연상하기도 한다. 이러한

브랜드에 대해 떠오르는 것과 연계되는 모든 것을 브랜드 연상이라 한다

그러나 다양한 연상 중에서 우리의 관심은 관객이 예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웃기는'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연상을 강력하게 할 필요가 있다.

심각한 제목, 스펙타클한 디자임에도 불구하고 이경규 옹을 보고 액션 코미디임을 확신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난 웃음을 잃었다.


다음의 공연 선택에 미친 요소를 나열한 그래프다. 이 그래프를 보고 관람후기를 많이 남기도록 하는 프로모션을 떠올리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다고 전문가 비평을 업신여길 필요는 더더욱 없다

공연 선택에 미친 요소 <출처:2013대학로연극 실태조사 보고서>

'웃다가 경기가 생겼어요'와 같은 관람후기가 넘친다. 제목만 봐도 우스워 참을 수가 없으며 소재도 기발하다. 주연 배우는 또 어떤가? 코미디만 3대째 이어온 가문의 장손이다. 게다가 작가 또한 주연배우 집안과  3대째 호흡을 맞춰온 코미디 전문 작가다. 한 비평가는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공연을 본 후 개그콘서트는 다큐멘터리라며 치켜세운다.

제목만 보고 코미디 장르인가? 하고 긴가민가 하던 관객은 배우를 보고 장르를 깨우치며, 관람후기를 보고 웃음으로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음을 직감하며, 전문가 비평으로 확신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브랜드 연상은 개 개일 때 보다 여러 요소의 연결이 효과적이다. 또한 연결을 일관성 있게 떠오르도록 하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더욱 강하게 한다.


첫사랑과 같은 브랜드였으면...

첫사랑이 있는가?

친구에게 멋쩍게 안부를 묻고, 몰래 페북 눈팅을 하다 글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기도 한다. 프사가 바뀌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렇게 잊고 싶었는데 알고 보니 잊지 않기 위해서 몸부림치고 있다.

첫사랑.

처음 고백한 날이 기억난다. 온갖 멜로 영화를 섭렵하며 만들어낸 멘트를 까먹고 막무가내로 사귀자고 했다.

100일째던가... 손가락 사이즈를 몰라 점원과 끝장토론 끝에 손에 쥔 도금 반지, 그리고 처음 받았던 선물.

문득 처음 만난 날이 떠올랐는데 모든 일이 오늘 겪은 일인 양 떠오른다. 물론 좋은 날만 있었던 건 아니다. 친구를 좋아했던 첫사랑은 밤늦게까지 연락이 안 되기도 했다. 판이하게 다른 성격은 데이트 때마다 어긋나기 일쑤다. 장소, 메뉴, 패션까지 사소한 다툼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며칠씩 연락조차 안 한적도 있다. 그래도 마냥 좋았던 이유는 그 누구보다 나를 이해해주고 보듬어 주었기 때문이다. 잊어야 하지만 잊고 싶지 않은 첫사랑.

누구에게나 첫사랑이 있으며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애틋하다.

맨 끝열 맨 오른쪽 자리만 남았는데 볼 수 있겠냐고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기둥 뒤 스피커 앞이라도 볼 수 있다고.


 브랜드 연상은 강력하고, 부정적이지 않고 호의적이며 독특해야 한다.

첫사랑 같은 브랜드가 있을까?  문자 그대로는 처음 느낀 사랑이라 말할 수 있지만 잊히지 않기에 첫사랑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강력하다고 함은 브랜드를 들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연상에 연결되어 연속적으로 떠올릴 수 있다면 강력한 연상이라 할 수 있다. 난타하면 우선 떠오르는 연상은 '최초의 넌버벌 공연'에 이어서 '에든버러 축제에서 극찬을 받은' 그래서 '외국 관광객이 필수로 보는'과 같이 연결되어 연상이 될 때 브랜드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호의적인 연상이다. 모든 브랜드가 호의적일 순 없다. 첫사랑이 잊히지 않는 이유는 좋은 추억만이 아니다. 하지만 힘듬과 어려움 조차 애틋한 기억으로 머릿속을 맴돈다.

대학로 공연하면 떠오르는 연상은 비싼 주차장, 좁은 좌석, 찾기 힘든 공연장과 같은 부정적인 연상과 더불어 값싼 티켓, 관객과 호흡하는, 공연 끝나고 한잔하기 좋은과 같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 부정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기꺼이 감수해도 좋을 긍정적인 면이 반드시 있다. 그리고 이를 강화하여 호의적인 브랜드 연상을 끌어내기도 한다.

마리오네트라는 넌버벌 비보이 공연을 할 때다. 대학로에서 비교적 로비가 큰 공연장이었지만 공연 시작 전 대기장소에 다를 바 없었다. 고민이 시작되었다.

 "로비 공간이 아까운데...,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즐길 수는 없을까? 더군다나 마리오네트를 떠올리면 좋겠다."

마침내 떠 올린 생각은 로비를 전시장으로 탈바꿈시키기로 했다. 전시회 이름은 '마리오네트'.

이름난 구체관절 인형 제작자를 수소문하여 로비에 전시했다. 지루한 대기시간이 즐거운 전시회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게다가 같은 콘셉트의 전시회는 공연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공연을 보기 전 관람한 인형으로 공연을 떠올리게 했으며, 공연을 보고 난 뒤에는 다른 공연과는 다른 특별한 기억으로 회자되었다.

  

마지막으로 독특한 연상이다. 이는 차별화라는 단어로 대치할 수 있다. 시장에서 구별되고 우위를 가지는 연상을 말한다.

포스터나 공연정보를 보면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가 있다. '최고'

밑도 끝도 없는 '최고의 공연', 누구인지 짐작할 수도 없는 평론가들의 '최고의 찬사', OO예매처'최고의 예매율' (작은 글씨로 모월 모일 모시 기준). 물론 내 자식 같기도 하고 최고가 되기 위한 당찬 목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런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관객에게 눈에 띄는 무언가가 만들 필요가 있다.

연극열전은 거침없는 뮤지컬에 기세에 맞서 연극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연극열전은 대학로 연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잊힌 한국 공연의 명작을 발굴하고 우수한 해외 작품을 선보였다. 또한 일 년 동안 이어지는 라인업을 공개하여 기대감을 갖게 한다.

연극열전은 '접하기 힘든 명작' , '검증된 해외 창작 작품', '(이름에서 풍겨지는) 연극 중에 연극'과 같은 연상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연상은 다른 공연과의 핵심적인 차별점으로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만약  연극축제, 연극 시대와 같이 대응하는 경쟁자가 나타나도 관객은 아류로 여기거나  더 낫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강력하고 호의적이며 독특한...

그러나  강력하고 호의적이고 독특한(대부분 마케터가 그러하다고 생각하는) 브랜드 연상을 공연에 반영했다고 끝이 아니다. 관객이 떠올려야 생명력을 얻는다.


결국 생명력은 앞서 말한 공연과 관련된 연상의 요소와 요소의 연결과 일관성 그리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만들어진다. 다시 말하면 '웃기는'이 연상되는 여러 요소들이 모여서 관객에게 '정말 웃기는 공연'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생기게 된다. 반대로 말하면 브랜드 이미지는 의미를 가진 연상의 집합이다.

 

  *브랜드 이미지에 관한 내용은 다음 글을 참고 바랍니다

https://brunch.co.kr/@brunchv0py/8



수년 전 사회적 문제에 대한 청년의 관심을 촉구하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사회적 이슈였다.

대자보는 온라인을 타고 수백만 개의 대자보로 만들어지고 관심을 넘어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이르렀다.

모바일 시대, 그리고 대자보 2장. 손 벌리면 다 덮을만한 공간에 적힌 글이 전국을 뒤덮은 이 사건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문제가 아님을 말해준다.

대자보의 주인공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물이 끓을 때 99도에서 100도가 되면 기체가 되지만 1도밖에 안 올라간 것"이라며 "이런 일들을 적극적으로 나 스스로 나의 문제로 얘기할 수 있고 같이 고민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감대를 계속 만들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까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하루에도 122개의 공연의 막이 오른다. 관객은 많은 선택지를 받아 들고 기뻐할까? 예매처의 관람평을 정독하고 연극센터의 리플릿을 뒤적이며 티켓부스에 길게 늘어선 공연장을 기웃거린다.

데이트하는 연인, 오래간만에 효도하려는 부녀지간, 일에 치여 웃음으로 스트레스를 떨치려는 샐러리맨들 그 모양새도 각양각색이다.  이들 딱 1도를 올려줄 공감대... 그것을 찾고 있는 건 아닐까?

관객이 떠올리는 것은 막연한 기억의 파편이 아니다.
당신의 공연에 대한 공감대다.
당신의 공연은 안녕하십니까?


한 눈에 보이기만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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