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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우 Dec 20. 2015

보이지 않는 손 - 브랜드 자산

고객이 호갱이 아닌 이유

가방을  사러 갔다.

영업을 위한 자료 담을 가방이 필요했다. 가방의 스펙은 때가 타지 않는 검은색일 것, 수납공간이 많을 것, 크기는 사방 1.5m를 넘지 않되 책 서너 권은 너끈히 들어갈 것. 총알도  넉넉한 터라 살 수 있는 가방은 많으리라... 그러나 막상 백화점에 들어서자마자 집을 나서기 전 생각한 스펙 따위는 이미 증발되었다. 결론적으로 내가 선택한 가방은 애초의 스펙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가방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디자이너 친구의 추천 브랜드가 눈에 띄었다. 40년 전통의 이 브랜드는 '성공과 행운'을 상징하기 때문에 들고 있는 것만으로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뿐만 아니라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움직이는 사무실'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그 쓰임새가 상당하다  오바마의 십 분의 일도 안 바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방탄소재 나일론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그 가방을 다. 물론 넉넉했던 총알은 카드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브라운색에 대백과사전도 거뜬히 소화할만한 크기의 백팩... 스펙이 뭐 그리 중요하랴...

스마트한 쇼핑을 위해서 철저히 준비한 다짐은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아니 봄기운의 얼음처럼 마음이 녹았다. 내가 산 것은 이미 가방이 아니다.


상품이 생명력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걸 해, 말어.




내가 가방의 쓰임새만을 따졌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쓰임새보다 나를 어떻게 돋보이게 할지, 주위에서는 어떻게 바라볼지,  같은 브랜드를 쓰는 사람은 어떤지 등과 같은 보이지 않는 것을 따졌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였다. 물론 호갱이라고 비웃겠지만, 아주 합리적인 구다(라고 하고 싶다).

나는 상품이 아니라 브랜드를 샀다.
구체적으로 브랜드를 붙임으로써 높아진 가치를 샀다.
이를 두고 '브랜드 자산'이라고 한다.


이분들은 내가 호갱임을 강하게 부정한다! 감사합니닷!


데이비드 A. 아커는
1. 브랜드 인지도 2. 브랜드 로열티 3. 지각된 품질 4. 브랜드 연상 이미지
를  브랜드 자산을 구성하는 주요 영역으로 정의했으며, 각각이 브랜드 자산으로써 가치를 창출한다고 설명한다. 각 영역에 대한 내용은 다음에 다루고자 한다.

** 브랜드 인지도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https://brunch.co.kr/@brunchv0py/3


브랜드 자산은 그 힘이 대단해서 보이지 않음에도 유형자산과  진배없는 자산으로 인정을 받는다.

브랜드 자산 가치가  높을수록  

품질에 대한 신뢰성을 보장하고, 구매를 할 때면 언제나 해당 브랜드를 떠올린다. (브랜드 인지도)

이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만들 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은 더 많고 더 다양한 상품을 오랫동안 구매하는 일명 '충성고객'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고객이  많아지면서 마케팅 비용은 점점 줄어드는 오병이어의 기적도 스스럼없이 만들어 낸다. (브랜드 로열티)

이뿐만 아니다. 같은 상품임에도 가격 프리미엄을 붙여 더 비싸게 팔 수 있고, 다른 상품과 확실히 구분되게 하여 왜 사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준다. 게다가 다른 상품으로 브랜드를 확장하여 쉽게 시장에 안착하게 하기도 한다. (지각된 품질)

마지막으로 고객은 브랜드와 관련된 (상품, 모델, 심벌, 슬로건 등)것과 연상을 통한 연결고리를  형성하게 되는데, 긍정적인 연상은 상품의 기능적인 것을 뛰어넘는 가치를 느끼게 된다. (브랜드 연상 이미지)

이렇듯 무형의 브랜드 자산은 매출과 이익에 높여줄 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실질적인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잠재적인 가치를 시사한다.

제가 좀 도와 줘요??


더 놀라운 사실은

브랜드 자산은 기업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고객이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의미를 부여할 때 비로소 브랜드 자산이  만들어진다.


사주는 것도 모자라 내가 다 떠먹여 줘여하냐? 나란 고객 참...

그러므로 기업은 브랜드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고객의 인식을 바꾸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신의 브랜드를 항상 떠올리며(Recall) 긍정적인 이미지만 기억하게 하고,

높은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나아가서 고객이 그렇게 느끼게 해야 하고,

고객을 나누어 가격에 상관없이 브랜드를 구매하는 고객을 늘리고, 멀어져 있는 고객과 더욱 친해지며, 새로운 고객을 불러 모아야 하며,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모두 브랜드에 담아 고객의 마음에 긍정적인 연상을 하게 해야 한다.  


핵심은 고객의 마음에  강하게 심을 수 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개발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이미지는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https://brunch.co.kr/@brunchv0py/8




브랜드 자산으로 인해 고객은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해 가격을 메기고 그 가치로 인해 상품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또한, 그 가치는 상품에 붙여 있는 번쩍거리는 '브랜드 태그'가 다가 아님을 안다. 기업의 상품에 대한 자부심, 변함없는 고객에 대한 자세 혹은  룰을 깨는 혁신이나  사회적 도리 등과 같이 브랜드가 가지는 모든 가치에 대해 고객은 그 값어치를 인정한다. 호갱인 고객은 없다.


브랜드 자산이란 기업의 역사적 순간들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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