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2일 주일, 유독 따뜻했던 하루를 기억하고 싶다.
2주 전 주일예배를 마치고 아내와 첫째를 기다리던 중에 우연히 한 분을 만났다. 중년의 여성분이셨다. 어린 둘째를 아기띠에 메고 있으면 많은 분들이 다가와 인사를 해주시거나 미소를 건네곤 하지만 그분은 조금 달랐다. 그날따라 유치부 예배가 늦게 끝났는지 아내가 자리를 비운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그분은 둘째 단이를 유심히 바라보시고 손발도 쓰다듬어주시며 한동안 아이에 대해 물어보셨다. 아이의 이름과 뜻을 말씀드리니 한참 고개를 끄덕이셨고 헤어지기 전에 아이 이름을 외우시려고 몇 번이고 되물으셨다.
어제 교회에서 다시 그분을 만났다. 아내가 자리를 비워서 둘째를 데리고 본당에 있었는데 다가와 반갑게 인사하시면서 둘째의 이름을 불러주셨다. 단이의 이름을 외웠다며 기뻐하시는 모습이 참 감사했다. 명절 연휴 동안 단이가 보고 싶으셨단 말씀에 마음이 뭉클했다.
그리고 예배가 끝나고 2주 전과 동일한 시간과 장소에서 다시 그분을 만났다. 아기띠에서 잠든 단이와 저에게 다가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단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계속 생각이 나셨다고 한다. 그리고 하나님이 단이와 저를 사랑하신다는 마음을 주셔서 그 마음을 전하고자 편지를 쓰셨다고 한다. 마침 저와 단이를 본당에서 만났는데 막상 편지를 전하려니 주저하는 마음이 생겨서 예배 중에 '하나님, 오늘 단이를 한번 더 만나면 편지를 전할게요'라고 기도했는데 이렇게 단이와 저를 다시 만났다고 하셨다.
행여 구겨질까 비닐 필름에서 조심스레 예쁜 꽃봉투를 꺼내어 건네주시는 그분의 눈시울이 붉어보였다. 아... 이 사랑을 어찌할까... 편지를 전하는 내내 조심스럽고 염려하시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처음 보는 아이와 아이 아빠를 위해 기도하며 편지를 쓰는 그 마음은 도대체 어떤 사랑일까. 모르는 사람에게 편지를 전하라는 하나님의 마음에 순종하는 그 두렵고 떨리는 손길은 얼마나 하나님을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일까. 그리고 우리가 무엇이기에 하나님이 이토록 단이와 나를 사랑한다 말씀하시고 위로하시는 것일까.
'예수님 안에서 사랑하고 축복해요♡'라고 적힌 예쁜 꽃봉투와 그 안에 담긴 더 큰 사랑. 오늘부터 이 사랑을 어디로 흘려보내야 할지 기도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