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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Feb 23. 2016

7화_장거리 연애, 그 남자 이야기

여자친구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했던 그 속 마음 이야기

장거리 연애에 관해서 이야기를 다루면서 남자 쪽 이야기를 다룬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최대한 커플의 관점에서 쓰려고 해도 필자가 여성인지라 ^^; 제가 느꼈던 것 위주로 적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남자' 쪽이 느꼈던 생각 위주로 한 번 다뤄 볼까 합니다. (연애할 때 남편의 입장이에요 ^^:;)


제가 연애하면서 가장 실수를 많이 했던 것이, '나만 힘들다.', '너는 괜찮아  보인다.'라고 스스로 상대방을 '판단'했던 버릇입니다. 

천년만년 '무조건 상대가 나를 이해해주고, 말하지 않아도 먼저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랐던' 것이지요. 


나는 이렇게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머리가 깨지도록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데 너는 왜 아닌 것 같은데?! 왜 아무 말도  못 하는데?!

왜 계속 결론이 안 나는데?!, 실행을 왜  못하는데?!!라고 "왜", "왜", "왜"  너는...!이라고 사실 그 사람 잘못이 아닌데 원망 아닌 원망도 속으로 많이 했습니다. 


장거리 연애 중인 연인에게,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신 있게 장거리 연애 끝내고  일로와! 라고 못했던 그 남자의 속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해당 이야기는 저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커플마다 상황과 가치관이 다르므로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라고 참고만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


나를 믿고 오는 내 여자에게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옛말로 '처자식 고생 안 시키고  싶다'라는 말이 있죠. 아무리 국제커플이라고 해도 남자가 여자를 책임지고, 리드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은 같습니다. 


남편은 당시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자신이 있는 쪽으로 뛰어들라고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저희가 연애를 시작했을 때 둘 다 학생이었고 (저는 학부생, 남편은 석사생) 학부 기간이 끝났을 때도 각자 취업을 했야 했습니다. 


게다가 수중에는 모아둔 돈이라고는 있을 리 만무하였죠.... 그렇다고 각자의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은 저희 둘 성격상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였습니다.


제가 얼마 전 국제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려는 친구에게 했던 말인데요, 


"너네는 그래도 우리보다 상황이 나아, 우리는 시작했을 당시 돈 한 푼 없는 학생들이었지만 너네는 지금 적어도 안정적 직장, 수입 즉 '경제력'이 있잖아. 그러면 돈이 아무것도 없었던 우리보다 만날 수 있는 선택의 폭과 기회가 넓어지니까 우리 때 보다 훨씬 나아.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즉, 장거리 연애를 하던 장거리 연애를 끝내기 위한 새로운 시작을 하던 '경제적 여건'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연애 초반을 지나 직업을 잡고, 어느 정도 성인으로서 둘 다 돈도 어느정도 벌고 안정적인 상태가 되었을 때 장거리 연애를 끝내고 함께 있을 시점을 정해야 할 때, 


남편이 가장 많이 고민했던 점이 "나는 이 사람을 책임질 준비가 되었는가, 이 사람에게 현재 본인이 누리고 있는 그 이상의 것을 제공할 여력이 되었는가." 였다고 합니다. 


어쨌든 먹고사는 문제도 있고, 교통이 한국보다 불편한 자기 나라에서 기사를 붙여줄 만한 여건도 안되고, 돈이 엄청나게 많아 너 하고 싶은 거 해 하면서 가게를 차려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겁도 낫다고 합니다. 자기랑 같이 있으면서 고생시키고 싶지 않은데, 만약 고생하면 어떻게 하지? 진짜 모든 게 처음인 사람인데....가장 소프트 랜딩 할 수 있도록 환경이 준비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나에게 오는 사람, 만약에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하지?



제가 한국을 떠날 때 겁이 나는 것처럼, 누군가를  받아들여야 하는 본인도 겁이 났다고 합니다. 


이 사람이 가족, 친구, 직장, 자라온 환경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왔을 때 만약 이 삶이 행복하지 않아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하지? 


그에 대한 원망의 화살이 자기한테 돌아왔을 때 본인은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만약 이 사람이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나는 옆에서 잘 있어 줄 수 있는가.... 만약 나에 대한 원망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지는 않을까,


고민에, 또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남편의 경우 고국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이런 나라에 한국에서의 편리함을 버리고 오는 저를 정말 많이 걱정했습니다. 또한, 자기 때문에 좋아하고 잘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와야 하는 것도 너무 미안했다고 합니다. 


"만약 네가 왔는데, 최악의 경우 우리의 관계가 틀어져....그렇게 되었을 경우 네가 너 자신을 감당할 수 있겠어?, 그리고 나는 그에 대한 죄책감을 내 스스로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어."


라는 말까지 나왔으니까요. 


즉, 책임감이 커지는 만큼 만약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의 죄책감도 무시 못 하는 것이지요.


(지금이야 최악의 상황에 대해선 이야기 안합니다. 장난으로 우리가 이혼하면 어쩌지? 라고 물으면 왜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냐고 핀잔을 줍니다. ^^:)


나는 한 사람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자격이 되는가, 



앞선 이야기들은 통틀어 보면, 

고국을 떠나야 하는 제가 느끼는 상실감과 새로운 곳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에 비례하여 그 모든 것을 떠나고 오는 한 사람을  받아들이고 책임져야 하는 남자 쪽의 책임감의 무게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무조건  뛰어들어! 하기엔 상대방이 살아가야 할 곳이 봄날 꽃밭이 아닌 것을 현지인이 본인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한 남자로서 한 여자를 책임질 자격이 준비되었는지에 대한 본인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같은 국적의 여자도 아닌 외국인, 모든 것이  A부터 Z 까지 새롭고 자신이 24시간 내내 붙어서 지켜줄 수도 없는 '여행'이 아닌 '생활'로의 결심.


그러니 더욱 신중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 모습이 저한테는 왜 이렇게 뭉그적거리지? 얘는 도대체 생각을 하는 거야 마는 거야 라고 답답하다고 오해하게 만들었던 것이고요....


저 같은 경우는 백 번, 천 번 혼자 생각해 본 뒤 스스로에게 결단을 낸 뒤 말을 하지만 

남편의 경우 우리의 문제이니 생각의  시작부터 같이하길 원했던 것인데 타이밍의 차이 때문에 저 같은 경우는


"아  그만둬  그만둬, 내가 이렇게까지 결심하고 말했는데 너는 뭐가  겁이 나?!"라고 상처도 줬었습니다. 


이미 백 번, 천 번 고민하고 말한 저와 이제 막 생각을  시작하려는 남편과의 감정의 차이, 생각의 차이는 컸던 것이지요. 

그렇게 혼자서 아 저 남자는 나에 대한 생각이 없나  보다,라고 단정 짓는 한 달에서 한 달 반 사이 남편은 혼자서 고민에 또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본인도 스스로 그래,  해보자.라고 마음의 준비와 결심이 세워졌을 때 저희의 이야기는 진전될 수 있었습니다. 


맺으며....



저희 커플의 경우는 완벽하게 경제적으로 안정되길 기다리려면 평생 우리 절대 같이 못 있는다. 어떤 것을 해도 둘이 함께 부딪혀 나가면서 해결해보자. 이미 5년~6년이란 시간은 충분히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앉아서 서로 말만 할 바에는 헤어지던가, 함께 부딪혀 나가던가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저희 커플 사이의 결정의 순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너 혼자만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너 혼자서 그렇게 모든 것을 책임지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괜히 커플인 것이 아니다. 같이 부딪히고 해결해나가자 그렇게 하나하나씩  해보자,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라고 설득(?)도 했습니다. 


지금도 저희는 여전히 부딪히고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멀리 장거리 연애할 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함께 있으면서 보이는 것도 있고 타국에서의 삶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외롭고 힘들기도 하여 남편 쪽에서도 자기가 예상하지 못했던 잠깐씩 봤던 제 모습이 아닌 마음속 깊숙이 있는 '제 진짜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분명 국제커플이나 장거리 연애 커플 중 남자 쪽에서 자신 있게 일로와! 행복하게 해줄게!라고 쉽게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 속을 말하지 못하거나 조금 지체하는 모습이 보이더라도 너무 서운해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남자도 사람인지라 겁이 나고, 또 책임감과 자존심 때문에 조금 지체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뜻은 상대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고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는 장거리 연애의 결정의 순간은 남자만 만드는 것도 아니고, 여자 쪽만 만드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이 함께 결정하고, 이야기 나누고 또 나눠야 '결심'을 하게 되고 또 이야기를 나누고 또 나눠야 '실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야기 나누시다가 우셔도 좋고, 싸우셔도 좋고, 속이 상하셔도 괜찮습니다. 답이 안 나와 지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 시간들이 모여 어느 날에는 분명 답이 나오게 될 거라 믿습니다. 그러니 남자분 혼자서 끙끙 앓지 마시고 상대방과 함께 나누셔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상대분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당신을 사랑하고 믿고 있으니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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