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마냐작가냐 Oct 25. 2019

어떻게든 누워만 있을게요 (feat.소도 키우고...

임신 30주, 자궁경부 길이 비상ㅠ

임신 30주 0일, 생각지도 못한 위기가 닥쳤다.

자궁경부 길이가 고작 1.5cm

자궁경부가 2.5센티미터 이하로 떨어지면

조산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이른둥이라...

처음 이야기를 듣곤, 무섭고 미안해 울기만 했다.

갓 태어난 아이가 니큐에 들어가서 고생할 생각을 하면 그야말로 맴찢이요. 37주부터가 정상분만 범주에 들어가는만큼 그때까지만 버틸 수 있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그래서 지금 무슨 일이 터졌나?
당장 출산하는 것도 아닌데 ?!!


아직 우리에게 그 어떤 일도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별 이슈 없이 무탈하게 넘어갈 거라고 믿는다. 아니, 믿어야 한다.

자기 최면이고 자기 합리화일 지라도...

일찍 만날 거라곤 단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었으니,

앞으로도 생각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해내야 하는  가지...

남은 두 달, 침대와 한 몸이 되는 것!!

누워서 지내다보면 조금이라도 자궁경부 길이가 늘어날 지도 모른다는 것.

물론 쉽지않은 일이다.. 자꾸 배뭉침이와서 자궁을 수축시키며 경부를 자극할테니 말이다 ㅠㅜ


어쨌든, 뭐라도 해봐야할 일.

임신 초기만 해도 ‘어떻게 사람이 누워만 있냐’고

반문하던 나는 오간데없이 사라졌다.


어떻게든 누워만 있을게요.


창살 없는 감옥에 살면 어떠하리,

등에 욕창이 난들 어떠하리..

무조건 버텨내겠다며 각오를 불태웠다.

까짓것 두 달... 인생에서 두 달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불끈 의지를 다져보는데....


. .  

역시나 발목을 잡는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약속한 마지막 방송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촬영도 마무리 단계라 거의 끝나가는데... 2주만 더 달리면 되는데... 이렇게 오점을 남길 수 없었다.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았다.


역시 애 엄마는 안 돼,,,
역시 결혼한 작가는 파이팅이 떨어져,,,


이런 이야기가 나올게 뻔하지 않은가?

그런 이야기가 듣기 싫어서 악착같이 버텼는데...

입덧이 아무리 괴로워도, 배가 뭉쳐 두려워도 아무 일 없는 듯 최대한 의연한 척 애썼는데...

그런 노력이 다 부질없는 일이 될게 뻔하다. 으악!


스멀스멀 밀려오는 또 하나의 자기 합리화.

일을 몸으로 하나 머리로 하지..

임신 초기, 피고임이 있을 때도 누워서 구성안도 대본도 써봤던 터. 자세가 좀 힘들긴 하지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그리고 또 하나, 일을 하다 보면 금방 시간이 가지 않을까?! ...


하여,, 일명 ‘눕눕’ 생활과 함께

키우던 소는 마저 키워보기로 했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완벽한? 계획이란 있을 수 없는 법.

이내 나의 멘탈은 송두리째 흔들리고 말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을 때려치워, 말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