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고 조산?
생각해보면 스스로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일을 덜 했어도 이렇게까지 나빠졌을까?
잦은 배뭉침 탓에 늘 불안했지만 배가 뭉칠 때마다 쉬어주는 건, 일하는 엄마에게 결코 쉽지 않다. 회의 중이라서, 혹은 고민하던 걸 마저 끝내느라 배를 부여잡고 참는 게 열에 아홉.. 배가 뭉치면 무조건 쉬라는 의사쌤 말을 들을 수 없는 환경이다.
게다가 매일 열 번 넘게 반복되고, 2달 가까이 지속돼왔으니 배뭉침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진 탓도 있을 테고..
임신한 뒤, 몸은 예전같지 않았지만
예전처럼 일 하기 위해 버둥거렸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그렇게 하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었는데... ‘책임감’으로 포장한 노예근성으로 스스로를 옭아맸고, 처음 품은 내 아이를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고야 만 것 이다.
임신 30주, 자궁경부 길이 1.5cm ㅠ
갑자기 닥친 조산 위기에;;; 온종일 침대에 누워 지내기 시작했다. 이른바 ‘눕눕’ 생활..
의사쌤이 절대안정을 취하고 누워있으라고 했지만, 하루 아침에 당장 일을 놓을 순 없었다.
새우잠 자듯 다리를 앞으로 모은 채,
노트북을 비스듬히 허벅지에 대고 일을 시작했다.
일을 계속해도 괜찮을지 걱정이었다.
그래도 움직이지않고 누워 일 하면 괜찮지않을까?
그리고 일을 하면 시간이 더 빨리 갈 거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그땐 몰랐다.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걸...
미련스레 일하지말자. 이제라도!!!
‘쉬엄쉬엄 하자. 아이가 먼저야... ‘
다짐해봐도 막상 일에 집중하다보면 까먹는다. 작가질 15년, 쉼없이 일해왔기에 아직은 엄마보다 작가가 더 익숙했던 걸까. 가장 어이가 없었던 건, 한창 스퍼트를 올려 일하던 중에 배가 뭉칠 때마다 반사적으로 든 생각. ‘앗, 흐름 끊기는데..’
헐... 이 노예 근성은 뭐람?
임신 8개월 차, 제법 배가 나온 상태라 누워서 일을 하려면 어떤 자세든 쉽지않다. 타자를 치려면 노트북을 배에 걸치지 않곤 불가능한 터. 배를 압박하는 노트북 무게도, 열기도 신경 쓰인다. 무엇보다 배뭉침이 올 때마다 마음이 요동친다.
너 지금 뭐하니? 뭣이 중헌데?!!
뱃속 아이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상황에서 한심하기 짝이없었다. 이미 위기가 닥친 마당에 또 다시 과오를 반복하고 있는 내가 미련스럽게만 느껴진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일하는 걸까. 뭣 때문에...
메인작가로서의 책임감,
팀원들에 대한 미안함,
애 엄마는 안 된다는 편견에 맞서고 싶은 마음...
이 모든 걸 내려놓고 철저히 이기적으로
내 아이만 생각하기로했다.
내가 아니면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으니까.
이제 나는 엄마니까.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나는 최악의 작가가 되기로 했다.
약속했던 마지막 방송을 불과 2주 정도 남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