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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냐작가냐 Aug 28. 2019

만원버스에서 양수가?!!!

3.  유산의 공포

퇴근길, 만원버스 안...

사타구니에서 맑은 액체 한 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 헉.. 뭐지?  혹시 양수가 샌 건가?!!! ”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는 게 꼭 이런 걸까ㅠ ‘아니야.. 아닐 거야.. 괜찮을 거야...’ 다독여보지만 쉽지 않다. 30분 넘게 서있다 보니 힘이 부치고 자꾸 배가 뭉쳐오던 터였으니...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1시간만 있다 움직일 걸, 왜 굳이 퇴근시간에 버스를 탔을까. 차라리 택시라도 탈 걸, 고작 돈 만원 때문에 이 지경이 된 건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원망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옮겨 붙었다.

임산부 배지 + 임신 5개월 차, 제법 나온 내 배를 보고도 의연히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있는 내 앞의 젊은 남자에게로.. 그리고 내 옆에 서 있다 잽싸게 자리를 잡아챈 옆자리 아줌마에게로...

하... 내 누굴 탓하랴. 퇴근길 버스를 얕잡아본 내 탓이겠지... 하지만 만에 하나, 꿀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다면  나는 물론이요, 이름 모를 그들도 결코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으잉?)


정류장에 내리기 무섭게 원피스를 걷어올려 다리를 확인했다. 창피한 줄도 몰랐다. 온 신경은 이게 양수인가? 그럼 우리 꿀이는 어떻게 되나... 두려운 맘 뿐이었다.

헌데, 좀 이상했다. 물줄기가 흐른 자리도 아닌데 축축한 허벅지.;; 혹시 땀인가?..;;;


집에 가기 무섭게 옷을 벗으니 브라에 나시티까지 흠뻑 젖어있었다. 이런 당황스러운 일이;;

평소 아무리 땀이나도 등줄기도 아닌 엉덩이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린 적은 없었는데... 하필이면 사타구니에서 땀이 흘러내리다 보니 양수가 샌 줄 알고 혼자 새하얗게 질려버린 거다 ;;;


본격 더위가 시작되기 전이라 미처 몰랐던 내 몸의 변화였다. 이 호된 신고식을 시작으로 올여름, 이십 년 흘릴 땀을 몰아서 흘린 듯하다. 땀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릴 때마다 그날, 만원 버스에서의 그 아찔한 기억이 떠올라 혼자 피식 웃는다.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밑도 끝도 없는 걱정은 아니었을게다.

임신 초기 부정출혈로 유산방지 주사를 맞았었고,

해프닝이 있던 딱 그 시기... 1시간에 5회 이상 배뭉침이 몰아닥쳐 두려움에 떨던 터였으니..

그 아찔했던 기억도 차차 풀겠지만, 아마도 유산의 공포는 출산 전까지 시기가 지날 때마다 각기 다른 이유로 계속될 것 같다. 그러니 예비 엄마들이 좀 도 의연하고 담대하게 극복해나가길 바란다. 물론 쫄보 중의 쫄보, 나부터 맘을 굳게 먹어야하겠지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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