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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냐작가냐 Oct 17. 2019

어떻게 누워만 있어요 (feat. 소는 누가 키우나)

4. 유산의 공포 - 피고임과 출혈

테스트기에 두 줄이 뜨고, 5주 차도 채 안 됐을 무렵.

아기집을 확인하고 알게 된 단어,  피.고.임

착상 과정에 출혈이 생겨 자궁에 피가 고이기도 한다는데, 피를 없애는 방법은 단 하나랬다.

반듯하게 누워 피를 흡수시키는 것.


당시 의사 선생님은 얘기해주지 않았지만,, 초록창에서 피고임이 무서운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고인 피가 흘러나올 때, 자칫 착상이 불완전한 아기집을 함께 데리고 나올 수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ㅠ


하지만...

워킹(예비) 맘에게 누워만 있는 게 가당키나 한가.

게다가 방송일이란 게 9 to 6처럼 끝이 보이는 게 아니다. 더 고민을 쥐어짜고, 구성을 바꿔보고 가다듬을수록 결과물이 좋아질 수 있으니, 일을 놓지 않으려면 얼마든 가능한지라;;; 쿨럭...


고작 2주도 버티지 못하고 사달이났다.

7주 차. 선홍색 피가 비치고 만 것!!!ㅠ

서둘러 병원엘 갔다. 의연한 줄 알았는데 웬걸,,, 의사 선생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심지어 초. 면이었다ㅋㅋ


확인 결과, 다행히 꿀인 건재했다...ㅠ

허나 유산방지 주사를 맞고,

‘될 수 있으면’ 누워.있으라는 얘길 들었다.


이틀간 사무실에 나가지 않고, 재택근무를 했다.

침대에 누워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는데 자세가 불편하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뒤척이게 되는데... 옆으로 누워도 피가 흐를 수 있다. 오로지 반듯이 천장을 보고 누운 자세를 유지해야만 한다.

미처 몰랐다.

가만히 누워있는 게 이리 힘든 일 일 줄이야....


다른 엄마들은 어땠을까. 검색해보니 다들 눈물겹게 아이를 지키고 있었다. 피고임 때문에 밥도 누워먹고, 오직 화장실 갈 때만 몸을 일으켰다는 경험담에,,, 나 역시 누워 밥을 먹다 체할 뻔 하기도;;


이게 다 엄마가 조심해야만 아이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게다. 설령 아이가 잘못된 경우에는 엄마가 잘못해서,, 더 조심했더라면 아이를 지킬 수 있었을 거란 자책을 쏟아내는 엄마들이 대다수...

위급한 아이를 지키는 게 온전히 엄마의 노력 탓이라면 그 아이는 떠나지 않았을 거다. 결코.. 그 엄마는 일주일 내내 침대와 한 몸처럼 살아왔고, 최선을 다 했다. 분명 사람의 힘으로 거스를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을 터. 하지만 엄마들은 자신부터 책망하더라. 안타깝지만, 그건 애를 낳고도 마찬가지인 듯. 애가 아플 때면 엄마가 더 건강하게 품어줬어야 했나? 임신 중에 좀 더 음식을 가려먹었어야 했나? 등등 끝도 없이 자책하는 엄마들이 제법 많다.


머리로는 엄마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내가  상황에서  해지긴 쉽지 않더라. 이틀이 지나 출근 준비를 하는데, 이게 맞는 건지 고민스러웠다. 혹 내가 움직인 탓에 꿀이에게 문제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내 몸이 아픈 거라면 어떻게든 부여잡고 일부터 하겠지만, 꿀이를 지키는 문제라니 꽤나 다르다. 만일 내가 이 쪼꼬미를 지켜내지 못하게 된다면? 어휴;;; (절레절레)


하지만 당장 일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

병원에서 꿀이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출근을했다. 집에서 발 동동 구르며 걱정하는 것보다, 얼른 일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회의를 하는 게 맘 편할테니, 그게 아가에게도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내가 달리기 하는 것도 아니고, 최대한 조심하는데도 버텨주지 못할 만큼 약하다면 그건 아가의 운명이라고 생각하자고.

하.지.만 그게 가능하랴? 괜한 일에 흠칫흠칫 놀라며. 졸아붙은 맘으로 일을 하며 아이 걱정에 노심초사. 일에는 또 지장을 주지 않아야하니 아득바득 애썼다. 하아... 할말 참 많....(이건 추후에 자세~히...)


그뿐이랴. 한 고비 위기를 넘겨도, 또 다른 난관이 턱턱 등장한다. 임신 중기에는 배뭉침이

임신 후기에는 태동의 변화 때문에...

스멀스멀 밀려오는 유산의 공포;;

아마도 이 쫄깃한 긴장감은 아이를 만날 때까지 계속되지않을까,



덧붙임.

임신 초기 선홍색 피든 갈색혈이든 출혈이 있으면 병원에 꼭 가시길.. 피가 왈칵왈칵 쏟아지면 밤중이라도 응급실로 가는 게 좋다고 하네요.


#일과아이 #유산의공포 #임신초기출혈 #피고임

#임신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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